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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여명 모인 전주 충경로 도민총궐기대회…비바람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여태명 교수 '하야만사성' 글씨에 시민들 탄성 / 상인들도 따뜻한 차 제공·화장실 개방 등 동참 / 8개 밴드 기획 '하야하락 콘서트' 열기 최고조

추운 날씨와 빗속에서도 도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지난 26일 오후 5시 비 내리는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 김승수 전주시장을 비롯해 함께 나온 가족과 친구, 지인 등 주최 측 추산 도민 7000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은 촛불과 우산을 양손에 든 채 스티로폼 위에 쪼그려 앉아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충경로 사거리에서 객사 앞까지 늘어선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도민들은 무대 옆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에 눈과 귀를 모았다.

 

무대 위에서는 첫 순서로 서예가 여태명 교수(60·원광대)가 붓을 잡았다. 대형 한지에 ‘하야만사성’이라는 굵은 글씨를 휘갈기더니 입을 열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퇴진하면 모든 것이 이뤄질 것입니다.”

 

청와대가 만든 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자신을 비롯해 상당수 도내 예술인의 이름이 나열됐다고 주장한 그는 “시대를 비판한 예술가들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청와대식 표현의 자유 억압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주 톨게이트 현판 글을 새긴 장본인 여태명 교수의 시국 휘호를 지켜보며 가족과 함께 ‘와~’하는 탄성을 지르던 정성진 씨(45·학원 강사)가 자신의 태블릿 PC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정 씨의 태블릿 PC 화면에서는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라는 문구가 깜빡거렸다.

 

정 씨는 “최순실 게이트의 도구로 사용된 태블릿 PC가 모든 의혹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도 청와대에서 끝까지 모르쇠로 버티고 있는 정말 나쁜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는 인근 상인들도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매주 토요일 집회장에 운집한 도민들에게 따뜻한 차(茶)를 제공해온 명성악기사 김미자 대표(57)는 “추운 날씨에 가게 안에만 있기가 미안해 준비한 작은 정성에 불과하다”며 손을 저었고, 행사장 전기 공급과 출연진 대기장소를 제공한 인근 통신대리점 김계영 대표(36)는 “집회가 열리는 매주 토요일에는 가게를 찾는 고객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화장실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둔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도민 총궐기대회’가 열린 전주 충경로 사거리에서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우비를 입은 한 시민이 촛불이 꺼지지 않게 손으로 가리고 있다. 박형민 기자

비가 그치자 집회 참가자들은 도로를 따라 새누리당 전북도당으로 이동한 뒤 한옥마을로 향했다. 대열이 경기전에 이르면서 관광객들도 합류해 인파는 더 늘었고 오목대 관광안내소까지 태조로 400m 구간을 지나온 사람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길을 메운 행렬 모습을 촬영했다.

 

집회의 열기는 오후 8시 풍남문 광장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도내 음악인 정상현 씨를 중심으로 안태상 밴드, 노약자석, 이상한 계절 등 8개 음악 밴드가 기획한 ‘하야하락 콘서트’가 광장을 흔들었다.

 

무대에 선 고교연합밴드 귀갱주의 멤버들은 “록 정신을 담아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노래들로 준비했다”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음악인으로서 시대에 귀 기울이고, 시대의 바람을 표현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밴드 크림의 멤버 서기춘(38) 씨는 “전주에서 외치는 도민들의 외침이 청와대까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3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이 마지막으로 치닫을 무렵 가수 전인권 씨가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집회에 참가한 도민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남승현·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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