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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또 '자진사퇴' 거부

"국회에 진퇴 맡기겠다" 전격 제안 / "퇴진 로드맵 확정땐 그대로 수용"

▲ ' 대통령의 세 얼굴'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열린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입장을 밝히며 웃는 모습과 담담한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3번째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경청한 야권과 국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 혼란을 초래한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고, 시간을 끌기 위해 공을 국회로 넘겼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9일 춘추관에서 발표한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일단 국회 추천총리 문제와 거국내각 구성, 조기대선 일정 등 구체적 퇴진 로드맵을 여야가 논의해 확정하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얘기로 풀이할 수 있다. 또 5년의 대통령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하야나 중도 퇴진에 선을 그었던 박 대통령이 직접 임기를 줄이거나 물러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라리 헌법과 법률이라는 법적 테두리 내에 있는 탄핵으로 가자는 식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데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는 국민들의 대통령 퇴진 요구에 박 대통령이 구체적 일정이나 방안을 내놓는 대신 자신의 거취 결정을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 이번 사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유도, 탄핵정국을 비켜가면서 돌파구를 엿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여야는 물론 여권 내 계파 간에도 탄핵과 퇴진 시점, 방식 등에 대한 상당한 입장차가 있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이를 단일한 방안으로 묶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나온 여야 반응을 보면 이 같은 대목을 엿볼 수 있다. 야권은 일제히 ‘꼼수’라고 비판하며 탄핵소추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여권은 계파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의 제안과 관계없이 다음 달 9일까지 탄핵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친박계는 “야권과 폭넓게 의견을 모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을 옹호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2차 담화 이후 2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순실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고, 지난 4일 담화에선 검찰과 특별검사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추후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그 시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자청은 검찰이 자신을 공범 관계·피의자로 규정할 정도로 국민적 의혹이 큰 만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시점으로는 다음 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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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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