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진퇴 맡기겠다" 전격 제안 / "퇴진 로드맵 확정땐 그대로 수용"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3번째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경청한 야권과 국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 혼란을 초래한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고, 시간을 끌기 위해 공을 국회로 넘겼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9일 춘추관에서 발표한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일단 국회 추천총리 문제와 거국내각 구성, 조기대선 일정 등 구체적 퇴진 로드맵을 여야가 논의해 확정하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얘기로 풀이할 수 있다. 또 5년의 대통령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하야나 중도 퇴진에 선을 그었던 박 대통령이 직접 임기를 줄이거나 물러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라리 헌법과 법률이라는 법적 테두리 내에 있는 탄핵으로 가자는 식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데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는 국민들의 대통령 퇴진 요구에 박 대통령이 구체적 일정이나 방안을 내놓는 대신 자신의 거취 결정을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 이번 사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유도, 탄핵정국을 비켜가면서 돌파구를 엿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여야는 물론 여권 내 계파 간에도 탄핵과 퇴진 시점, 방식 등에 대한 상당한 입장차가 있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이를 단일한 방안으로 묶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나온 여야 반응을 보면 이 같은 대목을 엿볼 수 있다. 야권은 일제히 ‘꼼수’라고 비판하며 탄핵소추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여권은 계파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의 제안과 관계없이 다음 달 9일까지 탄핵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친박계는 “야권과 폭넓게 의견을 모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을 옹호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2차 담화 이후 2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순실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고, 지난 4일 담화에선 검찰과 특별검사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추후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그 시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자청은 검찰이 자신을 공범 관계·피의자로 규정할 정도로 국민적 의혹이 큰 만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시점으로는 다음 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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