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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설레는 것

▲ 신은미 한국화 아티스트
며칠 전 한 청년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대학모임에서 만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각자 자신 있는 영역을 분담하여 출판과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글을 좋아하는 그는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있었다. 소위 일류라고 말하는 대학을 다니는 엘리트들이었다. 사람들의 기대와 정해진 길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찾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실천의 어려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상황들, 시선, 두려움, 결정 장애, 게으름 등에 의해 민들레 홑씨와 같은 나의 결심은 땅에 안착하지 못하고 바람에 쓸려 날아가 나뭇가지에 걸리고 동물의 털에 붙기도 하고 강에 떨어져 어딘지 모를 곳으로 흘러가버리고 만다. 그렇게 하염없이 떠다니는 홑씨들만 몇 십 포대는 족히 넘을 것이다. 물론 모두가 온전한 상태의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은 씨앗이 반 토막 나있거나 또 어떤 것은 안이 썩어 있기도 하다. 그런 것들은 잎을 틔우기도 전에 문제가 생긴다.

 

내가 옳다고 믿어 실행한 일이었건만 막상 속을 뜯어보니 독선이었고 이기적이었다. 그런 과거의 경험들은 결국 건강한 씨앗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자양분이 된다.

 

12월의 냉각된 공기는 온몸을 타고 흐르며 세포 하나하나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올 한해 있었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며 만족, 보통, 불만 표에 체크하듯 나를 평가한다. 그 기준은 ‘얼마나 실행 했나’였다. 다소 만족스럽지 못하다. 연말이 되면 부랴부랴 갈아엎어지는 아스팔트처럼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2016년의 부족한 만족도를 높여 줄 실적을 조금 더 올려보고자 나의 버킷리스트를 꺼내 뒤적여 본다.

 

긴 시간동안 생각만 하고 선뜻 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바로 ‘타투’였다. 몸에 평생 남을 무엇인가를 새기는 행위에 대해 아직까지도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그들의 우려로 항상 제지당해야만했던 흐물거리던 나의 의지를 이번에야 말로 빳빳하게 세워본다. 그렇게 나의 오른쪽 손목에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꽃심’이라는 말이 있다. 전주의 정신이라고도 불리는 이 꽃심은 만물의 중심 옴파로스(배꼽)를 의미한다. 나에게 아로새겨진 이 꽃은 앞으로 나의 중심과 의지를 잡아주는 부적이 될 것이다.

 

오랜 시간 고민하던 것을 해버리고 나니 마음 한켠이 홀가분해 왔다. 그리고 마치 신통한 부적인 양 용기가 생겼다. 차근히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본다. 이번에는 급하지 않게 다음 목표와 기간을 설정한다. 원하는 것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노라면 마치 사랑할 때의 그것처럼 설레고 생기가 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신호들은 어차피 내가 그 일을 잘 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들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오롯이 집중만 하면 된다.

 

끊임없이 민들레 홀씨를 퍼뜨리자

 

시끌벅적함에 휩쓸릴 12월보다는 담백하고 진정성 있게 나를 들여다보는 연말을 보내기로 한다. 매해 초 마다 흐지부지 되고 마는 작심삼일의 계획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오늘도 여전히 나의 민들레 홑씨들은 정처 없이 이것저곳을 떠돌고 있다. 그렇다고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흘러가던 씨앗들이 언젠가는 비로소 흙을 만나 찬란하게 피어나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씨앗을 만들고 퍼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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