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평·평등 가치에 극단적 분노·허탈감 빠져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은연중 쌓인 스트레스로 도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정신적 공황 상태를 두고 ‘순실증’, ‘근혜병(病)’ 등 신조어가 생겨나며 전 국민이 국가에 의한 트라우마 상태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북대 정신건강의학과 정상근 교수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신념인 공평과 평등이라는 가치가 전면적으로 부정당한 상황에서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다’는 정유라의 발언이 촉매제가 돼 또래 집단들의 분노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전북대 3학년 박모 씨(25)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자 매일 이렇게 학교 도서관에 나와 공부하는데 정유라는 지금껏 노력도 하지 않고 이렇게 잘 먹고 잘산 것 아니냐”며 “처음엔 화가 치밀다가 지금은 허탈한 심경이다”고 말했다.
세 아이를 둔 A씨(39)는 “요즘 왜 이렇게 무기력해지는지 모르겠다”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이러다 또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촛불집회에 나서는 많은 사람에게 미안하고 고맙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남편과 이민까지도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신의학과를 찾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이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고 나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하고 있다.
정상근 교수는 “현재 느끼는 허탈감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보다 더 강하고 자기주장을 잘 펼치기 때문에 좌절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평·공정하지 못한 사회의 모습때문에 모든 세대가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은 이 정도로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좌절 보다는 분노로, 분노 보다는 하나 된 힘으로 지금의 사태가 명백하게 처리된다면 지금 이 사태와 싸우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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