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롭고 질서있는 퇴진은 없다" 한목소리 / 전북시국회의, 9일 탄핵 부결땐 대규모 집회
‘시간이 지나면 여론은 잠잠해질 것’이라는 그들의 기대를 분노한 민심은 그대로 두지 않았다.
지난 3일 오후 5시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에 모인 도민 2만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은 더욱 거센 외침으로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전주에서 첫 촛불 집회가 열린 지난 10월 28일(주최 측 추산 500명)보다 무려 40배에 달하는 인파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사과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에 민심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쪽을 택했다.
충경로 사거리에서 객사 앞까지 가득 메운 도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를 표현했다. 일부는 탄핵안 발의를 실기한 국회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무대 바로 앞에는 전라고 16회 졸업생 4명이 ‘박근혜를 탄핵하고 구속해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촛불로 닭을 삶는 퍼포먼스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닭과 찹쌀, 대추, 당귀가 들어간 가마솥을 촛불로 가열하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자 서울대 조국 교수 등 많은 네티즌은 “역시 맛의 고장 전주답다” “늦을지언정 삶아지리라” 등 큰 호응을 보냈다.
이날 도민들은 “명예롭고 질서 있는 퇴진은 없다”고 일제히 한목소리를 냈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김영기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5000만 국민의 염원”이라고 말했고, 농민 김용만 씨는 “온갖 부정과 편법이 상식이 되어 버린 나라를 만든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어린 연사(演士)들의 날카로운 비판도 쏟아졌다.
전주 지곡초 2학년 최재원 군은 “저는 숙제도 제가 직접하고 발표도 직접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어 놀랐다. 국민 고생 그만 시키고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고, 중앙초 4학년 진현민 군은 “최순실과 박근혜를 감옥에 집어넣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달라”고 했다.
오송중 1학년 유한관 양은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가 열린 소식에 울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주장했고, 완주중 2학년 최하람 군은 “12월 9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8명이 참여하지 않거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부결되면 제2의 6월 혁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 충경로 사거리에서 본 집회를 마친 뒤 ‘세이브존 앞→시청→관통로→풍남문 광장’ 구간으로 거리행진을 벌였고, 오후 8시 다시 풍남문 광장에 모여 전주판 ‘만민공동회’를 열고 참가자들의 발언을 들었다.
이 중 고등학교 1학년 이강현 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해 이목을 끌었다.
이 군은 “친애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나 자괴감이 들어 밤에 잠도 안 자고 시크릿 가든만 돌려보고 있습니다”라고 박 대통령의 2차 담화문을 패러디했다.
주최 측은 오후 8시 30분 가수 양희은 씨의 노래 ‘아침이슬’을 반주 없이 합창하며 집회 종료를 선언했지만, 일부 참석자는 밤늦게까지 풍남문 광장과 인도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전북비상시국회의는 오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긴급 민중총궐기’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주말인 10일 제5차 전북도민총궐기를 열어 청와대와 정치권 규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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