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지난 10월 10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열과 중앙 지원 배제 등을 위해 청와대가 작성한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확산됐다. 언론에 보도된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등에 참여한 9473명의 이름이 올랐다. 문화·예술 검열이 ‘블랙리스트’논란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예술인들은 큰 분노와 상실감을 느꼈다. 시국과 관련해 문화·예술계에도 파문이 인 지 두 달을 맞았지만 변화나 개선의 여지가 없어 예술인들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회, 성명서 발표 등은 물론 최근 충북 예술인들은 국가 상대 집단소송도 나섰다.
전북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도내 예술단체인 전주민예총과 전북작가회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일부 예술인들은 붓으로, 펜으로, 마이크로 대신 촛불을 들었다. 도내 예술인들로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한 생각과 시국에서 예술인의 역할 등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
지역 예술단체들의 추정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도내 예술인은 100여명이다.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 명단에서 중복된 이름을 뺀 숫자다. 박범신, 안도현, 김병용, 최기우, 강상기, 하미경 등 전북작가회의와 이형로, 김저운(예명), 유수경 등 전주민예총, 이기홍, 진창윤, 김두성 등 (사)민족미술인협회 전북지회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도내 예술인 중에서도 기관 프로그램, 강연에 선정됐다가 갑자기 이유 없이 취소되거나 사회적 이슈를 담은 작품이 심사위원의 높은 점수와 호평을 받았음에도 중앙 대회에서 탈락하는 등 검열 의혹이 있었다. 예술인들은 문화예술위원회 지원 등에 대한 불이익 유무에 앞서 예술을 자본으로 길들이고, 검열하려 했다는 데에 더 큰 분노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자본으로 문화예술을 길들이려는 것 자체가 예술의 본질을 부정하는 발상이라는 것. 심증만 갖고 있던 일들이 실제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 가슴 아프고 실망스럽다는 이들도 많았다.
도내에서는 지난 10월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후 전주민예총과 전북작가회의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변화나 논란의 정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비판은 계속 되고 있다. 도내 예술인들은 다시는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람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태가 올 때까지 막지 못했던 예술인들도 반성하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용 전북작가회의 회장은 “다시는 문화 예술계를 천박한 수준으로 길들이지 못하도록 시대적인 응징을 해야 한다”면서 “반드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인물들이 처벌될 수 있도록 청원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견고한 시스템을 만들어 수면 아래서 예술을 통제하려 할 때까지 예술인들은 무엇을 했냐”며 자조적인 탄식을 내뱉은 김두성 전북민미협 회장은 “문제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이 사태까지 이르게 한 우리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사회비판의식을 바탕으로 한 창작과 비평활동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도내 예술인들은 예술인들이 불합리한 구조에 저항할 수 없는 지원 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부 공공기관 등의 지원사업에 선정될 경우 집회 결사 활동 등을 하면 지원금을 회수하거나 다음 사업 심사에서 제외하는 막연한 확약서 규정도 있다는 것. 녹록치 않은 생활로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인은 대부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이 역시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예술 규제이며, 비판의식 속에서 다양한 문화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러한 내부 기준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리 행위 및 시국 촛불문화제, 박근혜 대통령 하야콘서트 등을 열었던 이형로 전주민예총 회장은 “블랙리스트 파문 등 현 시국과 관련해 문화예술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자기 집에 불난 격’이고, 예술인들이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더이상 문화·예술계가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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