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시민들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재량사업비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이유로 동료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기이한 발상 때문이다. 공개행정을 이유로 동료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것은 곧 비위·비리 의원을 포상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끄러움도 상식도 저버린 행태다.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인지, 시의회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재량사업비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의 영역이었다. 편성과정도 쉬쉬하며 숨겨왔고, 집행과정도 끼리끼리만 아는 주먹구구식 예산이었다. 그러다보니 그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고 공적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초선인 임형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량사업비를 공개하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 예산을 집행하기로 한 것은 매우 용기있고 의미있는 행동이다.
그런데 초선 의원의 이러한 개혁 몸부림에 대해 선배 동료 의원들은 오히려 딴지를 걸고 있다. 재량사업비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에 대한 말꼬리를 잡아 공식사과와 윤리위에 제소를 요구하고, 심지어는 막말과 욕설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견디지 못한 임 의원은 현재 재량사업비 사용내역을 비공개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시의회는 그동안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의장단 선거과정에서는 투표용지를 인증샷 했다가 망신을 샀고, 폭언과 욕설 그리고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익산시의회는 이러한 물의를 처리하기 위한 윤리위를 그동안 단 한번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동료 의원의 투명행정을 트집잡아 윤리위 회부를 주장하고 의원총회까지 열기로 했다. 적반하장도 이만저만 아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재량사업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료의원의 발언이 못마땅할 수는 있다. 혼자만 튀어 보이려는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고, 예산공개로 치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량사업비의 투명한 공개는 결코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사안이다. 검찰도 이미 일부 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 집행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시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이다. 상식에 벗어나고 품위를 잃은 의원들의 행위는 시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냉정하게 따지고 신중하게 행동해주기 바란다. 더 이상 시민들을 욕되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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