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주재관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아파트 수리를 할 때 큰방 벽면을 붙박이 책장으로 만들었다. 30여 평 작은 아파트에 방마다 책장과 책꽂이가 몇 개 있으나 모든 책장과 책꽂이에는 더 이상 책을 꽂을 공간이 없다. 일요일에 큰맘 먹고 필요 없는 책을 버리겠다고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책을 정리해 보려 했으나 오래된 월간지 몇 권 버리는데 그쳐 상황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이처럼 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다시 한 번 읽을 것 같고 내가 못 읽더라도 애 엄마나 애들 혹은 누군가가 다시 읽을 것이기에 함부로 버릴 수가 없으며 더구나 난 가진 것이 별로 없기에 소중한 이 책들을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에 비하면 오래되어 못 입을 것 같은 옷들은 계절별로 과감하게 아낌없이 버린다.
독서하는 습관은 습관 중에 가장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유대인은 책을 항상 보물처럼 다루어 왔다. 유대인의 묘지에는 흔히 책이 놓여 있다. 이는 생명이 다했다 하더라도 공부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유대인은 3천년 동안이나 나라가 없었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며 이질적인 문화 사이에서도 스스로의 독자성을 잃지 않았다. 전 인류 중 유대인은 불과 0.2% 밖에 되지 않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의학·과학·문학·음악·경제·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유대인이 인류에 공헌한 업적은 실로 엄청나다. 이 같은 유대인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바로 유대인이『탈무드』를 비롯한 유대의 서적들을 매우 소중히 하고 이러한 책들을 통하여 후손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글을 읽고 시간이 흐르면 그 내용은 기억 속에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고 하여 글을 읽은 이에게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느냐? 그렇지 않다. 밑 빠진 콩나물시루에 매일 꾸준히 물을 주면 콩에서 싹이 트고 콩나물이 자란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읽었던 글의 내용은 시간이 흘러 기억 속에서 사라지더라도 독서를 통하여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상황을 분석·평가하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싹트게 된다. 일반적으로 독서를 꾸준히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사물을 보는 시각과 통찰·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책의 위대함, 독서가 인생에 얼마나 큰 파장을 던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19세기의 뛰어난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으로부터 깨달을 수 있다. 슐리만이 크리스마스 날 아버지로부터 받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 이야기』라는 책에는 흥미를 돋우기 위해 간략한 삽화도 곁들여 있었는데 그 삽화 중에는 불타고 있는 트로이 시의 모습도 들어 있었다. “아빠, 그리스와 트로이가 싸운 것이 진짜예요?” 슐리만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버지에게 물어 보았다. “아냐, 호메로스라는 시인이 꾸며낸 이야기야.”
그러나 슐리만은 그리스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것이 분명하다면, 트로이도 역시 이 세상 어디엔가 있었던 나라였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연구와 발굴을 계속하여 1874년 지금의 터키 지방인 소아시아의 서해안 히사트리크 언덕에서 트로이의 유적을 찾아냈다. 한 권의 작은 동화책이 땅 밑에서 몇 천 년 잠자고 있던 역사를 살려 내었으며 고고학계의 큰 별을 탄생케 한 것이다.
짧은 인생을 길게 사는 법! 그것은 동서고금의 문화를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집안을 지키고 있는 많은 책들은 그 집과 그 집에 몸담고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올바르게 걸어갈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제시하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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