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일상속에 벗어나 때때로 외로움 받아들여 나만의 시간을 보냈으면
2016년 새해 첫 날 각자의 소망을 마음에 품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기운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세밑이 되었다.
항상 연말이 되면 ‘올 한해도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구나’라는 회상을 하게 되지만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말의 의미가 이토록 실감나는 시절이 있었나’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신속히 나오고 어려운 시국이 잘 정리되어, 국민들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게 된다.
이맘때가 되면, 이땅에 사는 누구라도 ‘희망찬 새해를 위하여’등등의 힘찬 구호를 함께 외치며 술잔의 술을 비우게 된다. 바야흐로 송년회의 시즌인 것이다. 그 종류도 심히 다채롭고 많기도 하다. 초·중·고·대학교 등 각종 동문회, 향우회, 직장모임, 친구모임, 동호회 모임 등등.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모임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을까? 어떤 이는 한국사회가 외롭지 않는 척 폭탄주 돌리고, 각종 모임을 쫓아 다니면서 억지로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고 튼튼한 울타리를 쳐서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고독 저항’사회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말이다.
우리들이 무수한 모임과 네트워크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내가 속한 집단이 그 본래의 순기능을 적절히 발휘하게 하려면 때때로 외로움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려는 지혜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일부러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 시간을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일 것이다. 또한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쌓고 이를 통한 사색의 시간을 즐긴다면 ‘내가 어느 무리에 속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외로움이 주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또한, 외로움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사에 분노하고 주변에 뜻하지 않은 적을 만드는 것을 우리는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야 덜 불안하니 그것이 무엇이건 어딘가에 소속되어 편을 만들고, 각종 SNS 등 익명의 바다에서 내 편이 아닌 상대는 그가 누구이건 간에 ‘싫어요’를 마구 누르고 함부로 악플을 다는 것이다. 결국 분노와 적개심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함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외로움을 받아들이면 사회적 소통도 원활해진다. 분노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성찰이 부족한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된다.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먼저 내 마음 속의 나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더 외로울수록 나 스스로를 더 성찰할 기회가 생겨 사실은 덜 외로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요 근래 신문과 TV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국정농단 세력과 정치·경제 등 각 분야 엘리트들의 행태들을 지켜 보면서 울화병이 생기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만의 음습한 모임을 만들어서 국민의 세금과 기업의 돈을 주머니 씸짓돈처럼 펑펑 쓰고, 권력을 사유화한 그들 역시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부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도 말했듯 정말 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팍팍한 우리네 서민들 일상의 고단함도 달래고, 울화통 터지는 세상사에 분노의 외침이라도 함께 할 송년회의 술 한잔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단 하루쯤은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지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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