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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국에 대한 분노, 詩로 외치다

전북작가회의, 문학콘서트 / 문재인·안도현 등 참여 / 시낭독·대화로 입장 표명

“뒤집힌 배 안에서 손가락뼈가 부러지도록 뭔가에게 매달렸을 그대들에게, 이 나라가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하면, 나 또한 그런 나라의 금수만도 못한 시인입니다. 이건 시도 아닙니다.”

 

이상국 시인의 ‘이 나라가 무슨 짓을 했는지’를 읽어 내려가는 김정경 시인의 차분한 목소리가 전주 경기전 앞 마당에 울려퍼졌다. 광장의 세찬 외침과는 달리 마치 자아성찰과 같은 낭독은 300여 명 시민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먹먹함을 잔뜩 머금은 마음은 이내 무겁고 단단해졌다.

 

예술인들 역시 병신년(丙申年)의 마지막과 정유년(丁酉年)의 새 날을 거리에서 맞았다. 전북작가회의(회장 김병용)가 시 낭독과 문학방담을 통해 현 시국에 관한 문학인들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마련한 ‘길 위의 문학콘서트_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가 지난 31일 전주 경기전 앞에서 열렸다.

 

현 정권에 들어 절필 선언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후 문학 활동을 재개한 안도현 시인을 비롯해 박성우 김정경 임주아 시인이 자신의 의지를 함축한 시를 낭독했다. 송하진 도지사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참여해 문학을 통한 외침에 힘을 실었다.

▲ 지난달 31일 전주 경기전 앞에서 열린 전북작가회의 ‘길 위의 문학콘서트’에서 안도현 시인과 문재인 전 대표가 시 낭송을 하고 있다. 권혁일 기자

첫 낭독자로 나선 김정경 시인은 “숱한 의혹과 밝혀져야 할 진실은 2014년 4월 16일부터 현재까지 가려져 있다”면서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우리가 함께 기억하자는 약속의 의미로 세월호 추모시집에 수록된 시를 읽었다”고 설명했다. 송 지사는 자작시 ‘느티나무는 힘이 세다’를 낭송하며, 하루바삐 국민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좋은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제야 조금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뒷방에서 몰래 검열, 배제하면서 현재 한국 문학계가 얼마나 모욕을 당했는지 현대판 분서갱유, 정신적 연좌제와 같은 단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현 정권에서 비롯한 문제들은 해가 바뀌어도 촛불의 힘으로 끝까지 태워버려야 합니다.” 김병용 회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대표로 입장 발언을 했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해 “대청소해야 할 현 정권의 가장 심각한 적폐다”며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예술의 자유 침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면서 “다시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도록 확실히 복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복수란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문화·예술에 대해 지원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다. 발언을 마친 문 전 대표는 평소 문학적으로 존경한다고 밝힌 안도현 시인과 함께 단상에 올라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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