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는 밝았지만 대한민국은 미명이다. 새해를 맞는 희망이나 설계보다는 한겨울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매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촛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라는 뜻으로, 임금은 백성이 떠받드나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이 그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2016년에 일어난 국내의 대소 사건을 참고하여 <교수신문> 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쾌하게 설파해주고 있다. 교수신문>
2017년 국민들은 촛불로 파도를 만들어 군주민수를 실현하려고 한다. 세계가 찬탄할 만큼 평화적인 방식으로 시민의 함성을 모아 청와대를 향해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 모습이야 말로 ‘군주민수’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촛불의 바다가 오늘날 만의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의주로 피난을 갔다는 소식에 백성은 분노했고, 대궐을 불태웠다. 백성을 보호해야 할 임금이 먼저 도망치려 한다는 소식에 백성들은 돌팔매를 날렸다. 그러나 임금은 떠나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전라도 의병장 ‘제봉 고경명’이 먼저 떠오른다. 제봉은 문과 갑과에 장원급제 한, 오늘날로 보면 고시에 수석 합격한 문인이었다. 동래 부사를 끝으로 임란 한해 전 낙향했다. 제봉은 왜적의 침략에 59세 나이로 건강도 온전치 않았지만 분연히 일어섰다. 격문을 돌려 의병 6000명을 모았고 전라도 방어 관군과 함께 왜적이 주둔한 금산성을 공격하였다. 비록 패했지만 의병들이 흘린 피로 왜적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이들의 희생과 저항 덕분에 결국 곡창 전라도를 왜적이 넘보지 못했고, 이 때문에 이순신의 수군이 해전에서 연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은퇴한 선비가 나라의 위기에 백성과 함께 분연히 일어선 목숨을 바친 역사를 보면서, 우리는 광화문 촛불이 곧 나라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떨쳐 일어난 의병과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 없는 대화라고 E. H 카는 설파했다. 역사에 대한 반성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소통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시작으로 역사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
2017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안보는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대로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절망할 계제는 아니고 그래서 주저앉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에겐 절망적 상황을 딛고 일어난 역사의 수 없는 기록이 있고 그때마다 기적 같은 발전과 진화를 주도한, 앞으로 주도할 민초 의병이 있다. 새해 새시대 새 희망을 함께 얘기할 정직한 시민, 성실하고 유능한 공무원, 부지런하고 재능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본분을 다한다면 올 연말엔 위기를 기회로 바꿔 희망의 꽃을 피웠다는 긍정적인 사자성어가 2017년 올 한 해를 대표하는 메시지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길 꿈꿔본다.
△신상훈 교수는 신한은행장, 신한지주 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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