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4000여명 집결 / 김제동 '만민공동회' 통해 시민들과 만남 / 가수 김장훈도 참석…내달 4일12차 집회
“아이고 어무이 하이소 괜찮겠습니까? 아까워서 할 수 있겠나.”
제11차 전북도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60대 여성이 눈발 날리는 추위 속에서 자신이 끼던 털장갑을 벗더니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 건넸다. 이 여성은 돌연 김제동 씨가 잡고 있던 마이크를 낚아 채 “박근혜가 정치를 잘 못 해서 저희가 무슨 고생입니까. 하지만 후손들을 위해 계속해야 합니다”라고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 21일 오후 5시 전주시 충경로 사거리 일대에는 주최 측 추산 4000여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오후 5시 30분부터 이곳에서는 김제동의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김제동의 사회로 진행됐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전개됐다.
김제동 씨는 “19대 대통령은 이미 다 여러분들로 확정됐다. 이제 우리 말 잘 듣는 부통령만 잘 뽑으면 된다”며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초하나 들고나와 빛을 밝히는 여러분들이 전 세계에서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외쳤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최순실 일가의 국정 농단과 지금의 시국을 규탄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시민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구치소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고 들고 “우리나라 재벌과 기득권의 악습은 친일·독재를 청산하지 못한 때문”이라며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두 번째 발언자인 전주고 3학년 이건우 군은 마이크를 잡더니 김제동 씨에게 “대통령 선거권 18세 이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김제동 씨는 “반대입니다. 선거권은 교육감 15세, 지방 16세, 대통령 17세로 해야 한다”고 답해 도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노란 리본이 달린 휠체어를 타고 집회에 참석한 세 번째 발언자 유승권 씨는 “ ‘장애인 이동권’이 부족해 곧 다가올 설날에도 고향에 못 가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26일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이동권 투쟁을 할 예정”이라고 말한 뒤 김제동 씨와 악수를 했다.
이어 오후 7시 30분 가수 겸 작가 김장훈 씨도 자리를 채웠다. 김장훈 씨가 마이크를 잡고 “소리질러”라고 외치자 무대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김장훈 씨는 “촛불 동력이 약해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박근혜는 구속하라’ ‘이재용은 구속하라’ ‘황교안은 사퇴하라’ ”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장훈 씨는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행복의 나라로’, ‘거위의 꿈’ , ‘김장훈의 독립군애국가’, ‘사노라면’ 등의 당대 히트곡들을 참가자들과 함께 1시간 가량 합창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다음 주는 설날 연휴를 가족들과 보낸 뒤 2월 4일 5시 풍남문 광장에서 ‘제12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를 위해 또다시 뜨거운 촛불을 들자”며 오후 8시 30분 모든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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