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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이야? 장난감 가게야?

약과 상관 없는 장난감 한쪽 벽 가득 / 아픈 동심 이용한 얄팍한 상술 비판

#. 1일 오전 10시 전주시내 한 약국. 오전 시간부터 인근 소아청소년과를 다녀온 부모와 아이들로 약국은 매우 붐볐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약국 내부에 진열된 어린이 장난감이었다. 병원에서 울던 아이도 약국 안에서는 진열된 장난감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엄마 이거 사주세요~ 사주세요~”하며 조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2~3살쯤 돼 보이는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장난감 모양의 비타민을 가리키며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마지못해 “이번이 마지막이야”라는 말과 함께 계산대로 향했다.

 

몇 년 전부터 약국에서 어린이 비타민 등을 담은 사실상의 장난감이 판매되면서 아픈 동심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타민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부모들은 얄팍한 상술에 눈살을 찌푸리며 경제적 부담도 함께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국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장난감들은 이 곳이 약국인지 장난감 가게인지 혼동을 줄 정도로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미끼로 삼은 지나친 상술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약국이 장난감 가게도 아닌데 약을 짓기 위해 방문한 부모들은 아픈 자녀들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하면 사주기도, 안 사주기도 난감한 상황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약국에 진열된 장난감 가격은 5000원에서 부터 몇 만 원에 이르는 것들까지 다양했다. 일반적인 약값보다 더 비싼 것들도 있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장난감 안에는 대부분 형식적으로나마 비타민 등이 들어 있었지만, 한쪽 진열대에는 약국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머리핀과 머리띠, 작은 손가방들도 진열돼 판매 중이었다.

 

자녀의 감기약을 사기 위해 약국을 방문한 박모 씨(34)는 “아이가 아파 약국에 올 때마다 장난감 형태로 된 비타민 등이 눈에 들어온다”며 “처음 한 두 번은 아픈 아이를 달래느라 사줬는데 이제는 아이가 약국에 올 때마다 사달라고 떼를 쓰는 상황이라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처음에 나올 때는 캐릭터 위주의 간단한 종류였는데 이제는 장난감의 종류도 많아지고 가격도 꽤 부담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

 

늦둥이 아이가 아파 함께 약국에 갈 때마다 화가난다는 이 모씨(53)는 “몸이 아픈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무작정 졸라대면 부모 입장에서는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데 장난감 가격도 만만치 않아 부담을 느낄때도 있다”며 “아픈 동심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약국 장난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모들 사이에서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장난감과 관련한 내용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장난감 판매점도 아닌 약국에서 이같은 물건을 파는 것에 대해 전주시 보건소는 “보건복지부 등에 문의한 결과 약국에서 이러한 물품을 판매하는 것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약사법상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물품에 대해 명시된 규정이 없어 따로 제재하기는 힘들다”며 “최근 이러한 질의가 꽤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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