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압축도시정책 추진 / 산간오지 주민 이주 유도 / 환경·복지 등 효율성 향상
지방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 17곳, 경북 16곳, 전북 10곳 등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84곳이 30년 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인구유출로 가임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생아 출생신고가 아예 없었거나 한 명인 읍면동이 34곳이나 된다고 하니 우리 농어촌이 아이 울음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적막강산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방소멸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최근 소위 압축도시(compact city) 정책이 주목을 끌고 있다.
원래 압축도시는 도시 중산층의 대규모 교외이동으로 인한 도심공동화와 도시외곽의 환경파괴 문제를 해결하고자 1980년대 말 이후 서구에서 시도된 도시개발 개념이다.
미국의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이나 영국의 어번 빌리지(Urban Village) 사례가 그것이다.
도시내부의 고밀도 개발을 통해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며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루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압축도시의 개념을 인구감소·고령화로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지방도시에 접목시켜보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65세 고령자비율이 25%나 될 정도로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많은 노인문제를 겪고 있다.
게다가 시가지 중심상가는 날로 쇠락하여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기반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주민들, 특히 고령층이 시골에 흩어져 생활하는 상태로는 시가지 상권과 행정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압축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흩어져 살면 도로, 상하수도, 전기, 가스, 안전 등 각종 인프라의 시설·유지비용은 물론 간병인 파견, 교통서비스 제공, 제설작업, 여가생활 지원 등 각종 복지서비스 전달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의 경우 위급한 상황을 당해도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교통이 모이는 일정한 지역에 주거, 의료, 복지, 교육, 문화 시설 등 지역생활에 필요한 도시기능을 집약시켜 가급적 주민들이 걸어서 생활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산간오지에 흩어져 사는 주민들을 도시기능이 집약된 시정촌 소재지로 이주를 유도하면 삶의 편리성 향상은 물론 복지서비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구를 시가지 중심부로 이주시켜 행정비용 및 복지재정 부담을 줄이고 쇠락한 도심상권도 부활시켜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아오모리, 토야마, 하마마츠, 츠루오카 등 몇몇 중소도시에서 시범 실시해 본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두자 국토교통성에서는 ‘압축도시 형성지원 사업 제도요강’을 만들어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도읍가꾸기 사업을 통해 이와 비슷한 효과를 겨냥하고 있긴 하지만 주민이주까지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목표까지 포함해서 압축도시를 개발하려면 보조금 지원 등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재정이 소요된다.
불편해도 고향마을을 떠나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저항도 클 것이다. 가뜩이나 적막강산인 시골마을을 통째 비우려 하는가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날로 악화되는 지방재정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비용 대비 복지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
분산의 이점도 있겠지만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는 변하지 않는 경제법칙이다. 일정한 규모로 사람이 모여 살아야 병원도 상가도 학교도 유지될 수 있다. 외딴 산골마을에 홀로 사는 노인가구의 비율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의 대안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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