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수당 없는 연장근무, 컵라면으로 끼니" / 회사 "위험 징후 없었다…또 다른 요인 있을 것"
지난 1월 23일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아중호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의 사인(死因)을 놓고 유가족과 회사 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은 “직장 내 스트레스로 딸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론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동대책위를 발족해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숨진 여고생 A양(19)의 유가족은 “처음에는 딸이 흥미를 느끼며 회사를 잘 다녔는데, 조금씩 늦게 귀가해 7시가 넘어서 끝나고 들어오기도 했다”며 “딸은 콜(호출) 수를 다 채우지 못해 연장근무를 했는데, 수당을 받지도 못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귀가한 적도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양은 이동통신업체 전국통합 콜센터에서 인터넷 해지를 신청하는 고객을 상대로 해지를 하지 말도록 설득하는 상담 업무를 맡아왔다.
A양의 유가족은 “해지방어 부서에 속한 딸이 고객 응대 전화에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상사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며 “사고가 일어나기 한 주 전 직장동료와 회사 밖에서 싸워 법무부 소속 대안교육센터에서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교육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1월 19일 교육에 불참한 딸은 20일 회사에 나가지 않았고, 같은 날 저녁 친구와 술을 먹다 자해를 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며 “21일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한 뒤 22일 점심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간 것이 마지막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A양의 죽음이 직장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유가족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양이 근무했던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 관계자는 지난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직장 스트레스로 A양이 자살한 근거가 없다”며 “애초 심리상담사와 팀장의 면담에서 A양의 위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평가가 상위권에 들어 칭찬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콜 업무가 평일 오후 6시까지인데, 고객 상담이 길어질 수 있고, 이후 본인이 인센티브 욕심에 업무량이 증대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A양이 맡은 해지방어 부서의 업무 강도가 비교적 높은 건 맞지만, 사고 한 달 전 A양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점, 개인적 술자리, 과거 자해 등 외부적인 요인 등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A양의 유가족과 회사 측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2014년 대전, 2016년 경기 군포 등 특성화고 현장실습 청소년의 이어지는 자살사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공동대책위를 발족해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강문식 교육선전부장은 “이 사건에는 감정노동자, 직장 내 스트레스, 특성화고 현장실습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져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해당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했던 고교생들을 조사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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