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들 면담보고서 / 적성 무관한 취업·성과 부담감 등에 회의 / 부서 매뉴얼·실적관리 등 철저 조사 지적
특성화고 현장실습 여고생이 목숨을 끊기 전 근무했던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에서 또 다른 현장실습생들이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감, 회의감, 생계형 실습 등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교육청 면담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7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국회의원이 전라북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면담보고서’에 따르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10명 중 상당수가 업무와 관련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이 면담보고서에는 전북지역 특성화고 현장실습 여고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월 23일 이후인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다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10명을 대상으로 전북도교육청 주관아래 전주덕진위(Wee)센터 소속 심리상담사가 조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한 실습생의 주 호소 문제에는 ‘고교 시절 자신이 원하던 진로와 다른 방향으로 취업하게 되었고, 퇴직을 생각하고 상사에게 이야기하려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말하지 못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그만두려고 하면 성과를 내서 멘토, 과장님이 칭찬해줘서 말하기 미안했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실습생은 ‘입사한 지 7개월 정도 됐지만, 직업에 대한 의미부여가 없고 목표 없이 그냥 막연하게 계속 다녀야 할지 답답함. 업무와 팀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스트레스, 고객을 상대하면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이 있음’이라고 적혀있다.
이외에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실적이 잘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음’, ‘PD가 꿈이었으나 경제적인 상황으로 취업, 일이 익숙지 않아 스트레스’, ‘종일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업무상 욕하는 무례한 손님을 응대할 때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 ‘아침에 회사 출근할 때 불안감이 밀려옴’ 등의 면담 내용이 포함됐다.
심리상담사는 상담 소견으로 ‘구체적인 진로 목표설정 없이 취업해 진로 정체성이 모호하고, 업무 상 대응전략의 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임’, ‘실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주변 동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 경험으로 보임’ 등을 적었다.
일각에서는 전공·적성과 상관없이 본인 의사에 의해 체결되고 있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가 생계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취업을 반강요해 역설적으로 취약계층에게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용득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숨진 ‘A양의 표준 협약서’에 따르면 도내 특성화고 여고생인 A양은 애완동물과, 또 다른 실습생 2명은 식품가공과를 각각 전공했지만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
이용득 의원은 “단순한 익사 사건이 아니라 사업자 측면에서는 중대 재해에 속한다”며 “A양이 근무했던 고객센터 해지방어 부서의 매뉴얼과 실적관리 등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점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교생들이 전공과 적성에 상관없이 민간업체의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다”며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동통신업체 고객센터 관계자는 “아직 가치관이나 진로, 적성이 성립되지 않은 학생들이 고객센터에 취업해 상담업무를 하는데, 그 과정이 쉬운 게 아니고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인 것 같다”며 “평소 자체 심리상담실장을 통해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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