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AI 불청객 / 축산농가·관련업계 시름 / 가금류 소비 적극 동참을
영농준비로 바빠야 할 농촌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유년 닭의 해를 맞은 닭들이 AI 때문에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은 아니다.
닭은 어둠을 물리치고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예로부터 문무용인신(文武勇仁信) 5덕을 갖춘 영물로 여겨왔다.
과거에는 특별한 날이나 중요한 손님이 왔을 때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고 요즘에는 야식계의 절대강자 치킨으로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달걀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소박한 밥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최고의 식재료다.
이처럼 농가의 수입원이자 서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닭들이 언제부터인가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 때문에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춘포 만경강 인근 야생철새 분변에서 AI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악몽은 시작됐다. 시는 즉시 주요 거점지역에 방역 초소가 설치하고 24시간 특별방역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나섰다. 예방에 예방,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5단계 방역시스템이 작동되면서 익산은 발생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의심신고 한 건 없는 AI 청정 구역을 사수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익산시의 선제적 5단계 방역시스템을 우수 사례로 전국 시·군·구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지난달 27일 용동의 한 농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인되면서 철통같이 지켜온 방어선이 뚫렸다. 인근 2개 농가에서도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되는 등 확산 조짐이 일자 곧바로 반경 500M 내의 닭 23만여 마리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에 들어갔다. 살처분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시장, 부시장, 시의원, 공무원 등 300여명이 이틀에 걸쳐 살처분 현장 지원에 나섰다. 고되고 끔찍한 작업이었지만 자식처럼 키운 닭을 제 손으로 묻어야 하는 농민들의 상처와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범으로 철새가 가장 유력하다. AI가 서해안에서 확산되는 이유도 철새 도래지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가금농장을 드나드는 사람이나 차량 등에 의한 수평 전파도 문제다. 국내 최대의 육계 가공업체가 위치해 있는 익산은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은 계열화 농장들이 밀집되어 있어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현재 발생지 반경 10km내 85개 농가에 대한 이동 제한조치를 내리고 임상예찰과 일제소독 등 방역조치에 돌입하는 등 AI 확산방지 및 조기 종식을 위한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철새들을 인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렇다 할 비책이 없는 지금으로선 선제적 방역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금류 사육 농가들은 자기 농장은 스스로 지킨다는 각오로 정기적인 소독, AI 방역수칙 준수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빈틈없는 초동 방역만이 피해 규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많은 동물을 좁은 축사에서 키우는 과밀 생육과 비위생적 축사 환경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축사 현대화 및 환경개선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AI 사태로 닭고기와 오리고기에 대한 소비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많은 가금류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체감염 위험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AI 바이러스는 75도에서 5분간 열처리를 하면 모두 사멸될 뿐 아니라 AI 발생농장의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되거나 폐기처분되고 있어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와 오리고기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AI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와 관련 업계 시름을 덜어주기 위한 가금류 소비촉진 등 지역사회 차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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