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 잔에 감칠맛 나는 농주를 가득 부어 주며 감질맛 나는 눈웃음을 짓네”라고 하듯 ‘감질맛’은 널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감질맛나다’는 좀 이상한 말이다. 우리말에는 “무언가 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이 생기다”란 뜻의 ‘감질나다’가 있다. 이 말에서 유추해 “한꺼번에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찔끔찔끔 맛만 보아 안달이 나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감질맛나다’를 만들어 쓰는 듯하다. 그러나 ‘감질’의 뜻을 알면 ‘감질맛’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지 알게 된다.
‘감질(疳疾)’은 국어사전에서는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어서 몹시 애타는 마음”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본래는 한의학에의 ‘감병(疳病)’을 일컫는 말이었다. ‘감병’이란 어린 아이들이 젖이나 음식을 잘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병을 뜻한다. 그래서 감질이 나면 속이 비어 뭔가 먹고 싶은데 몸에 탈이 나 마음껏 먹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안달이 남다. 이렇게 유래한 ‘감질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이 생기다”란 뜻으로 쓰이게 됐다.
따라서 병 이름에 뿌리를 둔 ‘감질’과 ‘맛’이 어울려 하나의 단어를 이루는 것은 좀 이상하다. 그래서 ‘감질맛나다’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립국어원도 ‘감질맛나다’로 써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감질맛’은 혀로 느끼는 맛이 아니라 가슴 한구석에만 있는 맛이다. 따라서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의 뜻으로 쓰이는 ‘감칠맛’과 혼동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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