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의원 : “과장님, (…) 이 안건을 보류로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B 과장: “나중에 말씀하시는 걸로 하시죠”
진안군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이런 촌극이 빚어졌다. 지난 14일 ‘제238차 진안군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상임위원회(산업건설위)에서 위원장 자격으로 사회를 진행하던 김남기 의원.
그는 한 조례안의 미료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B과장에게 실제 이렇게 물었다. 허락을 구한 후 의안을 처리한 셈이다.
김남기 의원의 ‘이상한’ 회의 진행 때문에 진안군의원들에 대한 자질론 시비가 일고 있다. “군의원들의 직급이 계장급으로 추락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군의원들이 “군수를 야무지게 다뤄도 시원찮을 판에 이래서야 쓰겠느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그동안 군의원들에게는 ‘군수 꼬붕’이라거나 ‘선출직 군청 과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여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군민들 사이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의안일지라도 결국 군수의 입맛대로 통과시키고 마는 것을 두고, 이를 아는 군민들이 우스갯소리로 만들어 낸 별명이었다. 이번 일로 군의원들에겐 ‘군청 계장’이라는 별명 하나가 더 추가됐다.
진안읍 C씨는 “이젠 (진안군)의원들이 군청 과장(님) 눈치나 살피는 충성스런 계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때는 ‘잘하겠다. 뽑아 달라’ 하더니만 군민이 안 보는 곳에서 이렇게 비굴해도 되는 거냐. 적어도 의원이라면 과장급 정도는 쩔쩔매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어이없다”고 혀를 찼다. 계속해서 “진안군의회에도 (타 시군처럼) 회의장소에 인터넷 실시간 방송 시스템이 설치돼야 한다. 그러면 (주민들이 집에서) 생방송으로 회의를 지켜볼 수 있으니 저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김남기 의원은 자신의 이런 행동이 동료 의원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군의회 전체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것은 물론 소신 있게 의정 활동을 펼치는 일부 동료 의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아닌지, 동료 의원들의 평점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덤으로 깎여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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