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전래동화에서부터 ‘디즈니’ 명작 동화까지도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고 말을 한다. 나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을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숱한 어른들은 나쁜 사람에 대한 경각심을 항상 주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에서 나쁜 사람은 특정한 행위를 한다. 보통은 누군가에게 위협을 끼치거나 누군가의 일을 방해하는 등, 특정한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직접적으로 ‘나쁜 일’을 한다. 남매의 어머니를 잡아 먹고 둘을 나무 꼭대기까지 몰았던 호랑이, 백설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주었던 계모. 우리는 누군가에게 직접 위협을 가하는 것이 나쁜 행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살면서 나는 나쁜 사람이 되었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지만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어른들은 알려주지 않았다.
나쁜 사람이 된다는 것
나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나쁜 사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누군가는 내가 왜 나쁜 사람이냐고 되레 화를 내곤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쁜 행동을 한 사람보다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평범한 사람에게 더 화가 나곤 했다. ‘나는 저런 사람과 달라’라는 외침이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아닌, 당신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나 나쁜 행동을 당한 사람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의미 없는 행위이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이지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배웠던 ‘나쁜’ 행동들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구체적이었다. 때리지 말 것, 겁을 주지 말 것, 독이 든 사과를 주지 말 것. 우리는 일련의 행동들을 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나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좋은 사람인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백설공주의 계모가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주겠다고 마음 먹은 동안 말리지 않은 거울 같은 것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독사과를 앞에 둔 수많은 거울 중 하나가 바로 나였다. 혹은 당신이었다. 우리는 독사과를 먹을 일이 없으니 쉽게 말했다. 거울은 백설공주를 직접 해치지도 겁을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과연 거울은 ‘좋은’ 역할일까? 글쎄.
억울함을 넘어서
나는 억울하곤 했다. ‘너는 나쁜 사람이야’라는 말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모욕에 가까운 말이다.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도 나쁜 행동이었다.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저 일은 내 일이 아니야’라고 말한 후에 따라오는 것은 억울함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이어야했다. 내 일이 아닌 일에 눈 감을 수 있다는 것, 나쁜 행동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울음에 창문을 닫고 다시 곤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밤을 누군가가 뼈저리게 부러워한다는 것. 나의 억울함조차 누군가가 부러워할 수 있다는 것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면 우린 이제 인정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나 나쁜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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