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친구들과 산으로 토끼를 잡으러 간 적이 있다. 며칠 전에 눈이 왔지만 막상 산에 올라가보니 양지바른 곳에는 이미 눈이 다 녹아 있었다. 우리가 토끼를 잡으려고 가져 간 것은 오직 각 자가 들고 간 작대기가 전부였다. 험준한 산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토끼를 찾아 다녔지만 눈이 녹은 산에서 토끼의 발자국은 더 이상 눈에 띄질 않았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햇빛이 잘 드는 작은 소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토끼가 눈에 들어 왔다.
우리는 친구들 중에서 누구보다 순발력이 좋을 거라 생각한 친구를 대표로 선발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작대기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서 토끼를 잡는 작전을 세웠다. 결과는 실패였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작대기가 빗나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더 안타까웠던 것은 눈앞에서 껑충 껑충 뛰어가는 토끼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했던 사실이었다.
필자는 수출 전선에서 많은 기업인들과 만나면서 가끔 어릴 적 토끼잡이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토끼를 잡으려면 우선은 산에 눈이 있어야 한다. 또한 토끼는 뒷다리가 길어서 절대로 아래로 뛰지 않고 반드시 위쪽으로 도망간다는 나름의 사전 지식도 필요하다. 아울러 그런 토끼의 습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예상 도주로를 막을 수 있는 그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천신만고 끝에 발견한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목표시장에 대한 분석과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턱대고 돌아다닌다고 수출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시장이 정해지면 그에 따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눈이 다 녹은 산에서 작대기 하나만을 들고 토끼를 잡겠다고 하면 애초부터 전략이 잘못된 것이다.
다시 어릴 적 이야기를 해 보자. 동네 형들을 따라서 여름 장마철에 미꾸라지를 잡으러 갔었다. 그런데 형들이 찾아 간 곳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장소였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미꾸라지가 순식간에 한 사발 잡히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 해 보니 형들은 미꾸라지가 어떤 곳에서 서식하는지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붕어가 잡히는 곳과 미꾸라지가 잡히는 곳의 환경과 장소는 다르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을 것이다. 정확하게 알고 가는 것과 그냥 작대기 하나 들고 가는 것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수출의 성공도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내가 원하는 시장이 아니라 우리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는 시장으로 가야한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안 팔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수출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의 90배가 되는 땅이고 동남아시아는 한 두 나라가 있는 곳이 아니다. 겨울에 입는 내복과 점퍼를 팔러 연간 평균 기온이 영상 22-25도인 중국의 광동지방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고 보면 수출을 많이 하는 회사와 못 하는 회사의 차이는 간단하다. 붕어가 서식하는 곳과 미꾸라지가 어떤 곳에 많이 몰리는 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다. 수출! 먼저 목표 시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소한, 제품이 팔릴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붕어를 잡는 일과 미꾸라지를 잡는 일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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