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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할 수 있는 사람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는 게 중요하다

▲ 권화담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2학년

휴학을 한 지 일 년 반이 지났다. 처음 휴학을 할 당시에는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분명 내가 세운 그 계획들에 맞춰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세운 계획들 중 대다수는 빛을 보지 못했다. 탈락했거나, 불합격했거나. 물론 휴학을 한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일이 안됐다’는 것 자체도 내가 경험한 일이었고 내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 일도 있었다. 하지만 휴학을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 ‘너는 휴학을 좀 하고 쉬어야 해’, ‘넌 잘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잘 할거야’ 그리고 ‘네가 앞으로도 그렇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사이에서 많은 것들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어쨌든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나에겐 새로운 상황이 다가왔다. 복학할 것이고, 새로운 거주공간을 마련했다. 프로젝트들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를 해두어야 하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전과 다르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전처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실패만 거듭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잘 해야 하는데.’, ‘내가 잘 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야하는데.’ 복잡한 생각들이 가득했다. 예전이라면-휴학을 하기 전이라면- 이까짓 게! 라며 쉽게 털고 일어났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고, 이유를 찾고 싶었지만 큰 이유가 없을 것만 같았다. 사실 없다.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가수 유미의 노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뮤직비디오에서 유명해진 배우 정우성의 대사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나의 탓이다.

 

‘잘할 수 있다’와 ‘잘 해야한다’는 분명 다르다. 나에게 와닿는 정도도 다르고 애초에 문법적인 뜻도 다르다. 휴학을 하고 내가 잘해왔던 일들이 서툰 일이 되자 상당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잘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일들에 ‘나는 잘 해야한다’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가족들이 내 휴학을 반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에 대한 신뢰이기도 했다. 나는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잘 해야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잘 해야한다’고 계속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내가 잘하는 일은 아니니까. ‘잘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해낸다는 것, 내가 노력을 쏟은 만큼 결과를 낸다는 것. 너무 매달렸던 탓일까 내 목을 매단 것 같았다. 쉬면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자 휴학을 한 내가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던 것은 나의 탓이었다.

 

이제 다시 복학을 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도 구할 것이다. 새로운 일들을 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까? 여전히 걱정이 많이 들고 누군가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할 것 같아 두렵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말해준 대로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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