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육림고개, 음식점·카페·공방 등으로 활기 / 벽화로 새단장한 낭만골목은 시민대학·장터 운영 / 청춘축제 벌써 3년, 다양한 콘텐츠 채운 미술관도
닭갈비와 남이섬, 학창시절 추억의 MT장소로만 기억되던 춘천이 변하고 있다. 최근 춘천 청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낙후된 마을과 원도심에 문화·예술로 생기를 불어넣고 문화 대안 공간을 만들었다. 문화·예술분야 일을 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협동조합이 활발한가 하면, 강원도 청년들을 모아내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축제도 열린다.
전주문화재단은 지난 10일 시민과 함께 가는 ‘현장 벗담-춘천 스터디투어’를 진행했다. 춘천의 청년문화공간·도시재생 사례를 탐방하고 이를 전북지역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춘천의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육림고개’
과거 번화가였지만 중심지가 바뀌며 상권이 침체된 된 육림고개. 춘천시는 지난해부터 공간 리모델링 예산과 1년 치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상업 창업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청년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 1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약재를 많이 팔았던 거리답게 한약방 카페, 춘천의 무농약 식재료로 요리하는 식당, 전통 수제 막걸리 주점 등 지역 특성을 살려 차별화를 뒀다. 골목마다 청년들의 문화와 아이디어로 채워져 춘천의 새로운 문화적 명소가 됐다.
그러나 전국적인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책, 지원이 끝난 후 자생력 확보 등에 대한 과제는 남아 있다. 춘천시문화재단 관계자는 “초기 단계라 큰 문제는 없지만 건물주의 협조 유도와 공유 공간 조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낭만골, 활성화 사업 3년 그 이후
벽화가 아름다운 춘천 효자동 ‘낭만골목’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간 마을환경개선사업이 이뤄진 곳. 첫 해에는 벽화그리기 등 환경을 바꿨고, 2년 차에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시민대학, 효자마을 밥집 등을 운영했다. 3년 차에는 주민 주도 아래 마을 장터 등을 추가했다. 사업이 끝난 후에도 주민이 자체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실시한 것.
그러나 현재는 간단한 봉사활동만이 진행되고 있다. 지원이 끊긴데다가 오롯이 주민들이 이끌어가기에는 의지나 결속력이 약해 지속되기는 힘들었다. 사업에 참여했던 염태진 문화인력양성소 협동조합 판 대표는 “주민들에게 3년 후 바로 자생력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면서 “관광화가 아닌 마을 재생이 목적인 만큼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역 청년들 모여라
춘천에서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성장할 수 있는 ‘무한청춘 페스티벌’이 3회째 이어지고 있다. 자치단체 지원 예산만 약 1억 원인 대규모 청년 교류의 장이다. 강원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기획 참여자를 모집한다. 청년이 하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고 누리는 것. 다양한 강사를 초청한 배움학교와 전국 청년들과 함께 의견을 공유하는 이슈 토론, 공연·전시·마켓이 이뤄지는 축제 등으로 구성된다.
축제를 주도하는 조한솔 동네방네협동조합 대표는 “3년차가 되니 행정적 성과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지역 청년들이 뭉칠 수 있는 구심점, 지역의 동력이 되도록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다.
△ 춘천 시민이 사랑하는 ‘옥광산 아저씨네’
권진규 미술관(달아실 미술관)은 시민들에게 일명 옥광산 아저씨네로 통한다. ‘옥광산’이 이름인가 했더니 옥을 캐는 광산이란다. 옥 광산을 소유한 강원도의 대일광업 대표가 지은 ‘권진규 미술관’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지역 대표 미술관이다.
한국 근대조각을 대표하는 거장인 고 권진규 조각가의 집안과 인연이 있던 김현식 대표가 권 조각가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본인의 소장품을 공유할 수 있는 사립미술관을 지었다. 1~2층에는 권 작가의 작품과 영상 등이 전시됐고, 3~4층에는 대표의 소장품인 영화·만화 관련 피규어 등이 관객을 맞는다.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전주는 문화수도를 꿈꾸지만 시립미술관도 없는 실정”이라면서 “사립이든 공공이든 제대로 된 지역 콘텐츠를 갖춘 규모 있는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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