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림원 사건 가해자 변호하며 고뇌 / 피해자 전담 국선 무료변론 선택 / "수입 줄었지만 약자 돕는 보람 커"
성폭력을 당한 피해 아동이 수사기관 조사를 받는다.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차례 이상 불려나가 악몽같은 상황을 되새겨야 한다. 법원에서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라고 요구한다. 피고인석에는 꿈에서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가 변호사와 함께 바라보고 있다.
5년여 전까지만 해도 성폭력 피해자가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법무부는 성폭력피해 아동의 조사기관과 재판과정에서 이 같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13년 ‘피해자 국선변호사(피해자변호인)’제도를 도입했다. 수사과정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를 대신해 참여해 피해자를 대변하기 위해서다.
피해자 변호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운용하고 있다. 전북을 관할하는 전주지부에는 2016년 1월 처음 범죄 피해자를 전담하는 변호사가 생겼다. 임현주 변호사(32·변시2회)가 주인공이다.
임 변호사도 법률구조공단 피해자 전담변호사가 되기 전까지는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았다. 의뢰가 들어오는 이들을 대변했다. 이 과정에서 ‘전주판 도가니’로 불리는 자림원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변호하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피고인을 변호할 때에는 그 피고인을 믿습니다. 당연히 변호인과 의뢰인과의 약속이니까요. 당시에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죄 확정판결을 받게 되자 제 변호가 옳은 변호였는지 인간적인 고뇌에 빠졌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자기방어능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진술을 더 잘 받고 더 도와줘야하는데…’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던 중 법률구조공단의 피해자 변호사 모집 공고를 보게 됐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라며 피해자 변호사가 된 계기를 털어놨다.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성범죄뿐 아니라 아동학대, 여성폭력까지 피해자 변호가 확대됐다.
그가 한 달에 수사과정에 참여하고 소송에 참여하는 사건은 15건에서 20건에 달한다. 한해 평균 200건의 각종 사건에서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를 변호한다.
수사단계에서 고소와 항고, 재정신청까지 담당하고 재판에서는 검사와 상의해 항소까지도 하고 있다. 모든 변호비용은 무료이다.
임 변호사는 최근 계부가 여중생을 성추행한 사건에서 공탁금을 성인이 될 때까지 금융기관에서 보관하도록 법원이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반 변호사로 활동을 계속했다면 더 많은 수입을 얻었겠지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소수가 아닌 대다수 법률·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일이 보람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메신저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피해자들이나 가족들이 감사하다고 보내는 글들이 가장 큰 사건 수임료”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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