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다리 갖고 태어났지만 부모 지지에 큰 힘 얻고 용기 내 / 거리공연·재능기부활동 통한 / 나눔수익금, 영아원 전달 계획
머리가 큰 아이는 힘들게 세상에 나왔다. 분만 도중 뇌 신경을 다친 영향으로 다리가 건강하지 못했다. 열 다섯이 되면서 신체 변화는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과 몸 상태는 다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반드시 절망적이진 않다”고 조태희 씨(32·지체장애)는 말했다.
전주 출신으로 제일고와 원광보건대 치기공과를 졸업한 태희 씨는 아픔이 많다.
“걷는 게 왜 그러냐”라는 말과 손가락질, 시선은 어린 태희 씨의 가슴에 송곳처럼 박혔다.
2005년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걸음걸이 교정 수술을 받았는데, 병원 파업으로 재활치료는 다른 병원에서 받아야 했다. 수술이 잘 안돼 병원을 찾아 항의까지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고비의 순간마다 그를 지탱한 건 부모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담임 교사를 만나선 ‘내 아들 반장 좀 시켜달라’고 부탁했어요. 6학년 가을 운동회에서는 축구 경기에 참여 했는데, 아버지는 운동장에 갑자기 물을 뿌리셨어요. 아픈 자식을 달래려는 부모 마음이었죠.”
태희 씨는 장애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의하면서 울부짖는 대신,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서울 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모임을 통해 중증장애인시설을 찾아다녔고, 대학교 모임에서는 홀몸노인을 위한 연탄 봉사를 했다.
지난 4월에는 전주대 물리치료학과생과 네일아트 교육생, 초·중등학교 교사 등 30여 명의 재능 봉사자를 한데 모아 완주군 소양면의 한 요양원을 찾기도 했다.
태희 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손이 불편한 사람의 입에 치킨을 넣어 준 적이 있는데, ‘나도 쓸모있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뭉클했다”며 “이를 계기로 자주는 아니지만, 주변의 재능있는 사람을 모아 함께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희 씨는 오는 8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나눔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주 기타 동아리 ‘코드’의 거리공연과 원광보건대 유아교육과 재학생의 페이스 페인팅 등 40여 명의 재능 기부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을 모은 것도 태희씨다.
그는 “행사 시작 전 한옥마을과 풍남문 주변 환경 정리를 할 예정”이라면서 “수익금 모두는 전주 영아원 아기천사들의 간병비로 쓰일 것”이라고 했다.
홀트아동복지회에 월급 일부를 기부하고 있는 태희 씨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산처럼 크고 바다처럼 깊은 품이 되고 싶다”며 “따뜻한 마음과 재능을 함께 모아 준비한 나눔 콘서트에 많은 참여 부탁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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