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은 가르칠 필요도, 배울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는 모태 솔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다.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해야 한다. 쿨하게. 조금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으~아직 어리구나’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런데 한 번쯤은 그 쿨함이 무엇이고 왜 쿨해야만 하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올 어바웃 러브> 의 저자 벨 훅스는 사랑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랑은 저절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낯 간지러움을 잠시 접어두고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찾는 과정은 서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듣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에게 영감을 받은 정신의학자 스캇 펙은 “사랑하려는 ‘의지’를 갖고서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진짜 사랑은 시도하고 변화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감정이자 교감인 것이다. 올>
우선 “사랑에 빠졌다”라는 표현부터 바꿔야 한다. 빠졌다는 것은 주체적인 선택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벨 훅스는 빠진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사랑하고 있어”라거나 “나 사랑할 거야”라는 교정된 표현을 알려준다. 이렇게 변화는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된다. 사용하는 언어를 바꾼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인식의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말하는 방법을 바꾸기로 결심했다면 행동으로 이행해야한다. 의지를 가지고 사랑을 선택했다면 더더욱.
하지만 생각처럼 쉽진 않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솔직하게 표현하기란 어렵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여주기 싫은 모습까지 꺼내고 싶지 않다. 자존심이 강한 나의 경우 ‘힘듦’에 대해 쉽게 말하지 못한다. 상대방에게 나의 불안한 감정을 털어놓는 다는 것이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아닐지 혹은 선입견으로 바라보면 어떡하지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문다. 결국 ‘언젠가 헤어질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왜 그래야 해’, ‘주말인데 즐거운 이야기만 하자, 세상 사람 다 힘든데 뭐’로 생각 매듭이 지어진다. 쿨함을 지키는 대신, 깊이 있는 대화를 잃고 있었다.
솔직하기 말할 수 없다면 둘 상의 관계가 진전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 훅스가 대안으로 제시한 ‘모든 것을 공유하려는 마음자세’를 당장 따라 할 자신은 없다. 겁쟁이인 나에게 오히려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은 시도조차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씩 이야기해보기로. 아플 땐 아프다고 슬플 땐 슬프다고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은 쿨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쿨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는 온전히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아이처럼 엉엉 울 수도 있고 충분히 화낼 수도 있다. 상황에 몰입함으로써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도 있다. 쿨함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알 듯 말듯한 자존심의 방패를 잠시 내려놓기로 한다. 나의 특정한 면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조금 더 편안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사랑의 범위가 너와 나에서 나와 나로 넓혀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노유리 디텍터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월간샘터 대학생 기자, 헤럴드스포츠 인턴기자 등을 경험했다. /노유리 북스포즈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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