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꿈 이뤘지만 이제부터 시작일 뿐 아직 갈길 멀고 험해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에서 우리는 승리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2017년 8월 16일. 대한민국 새만금은 폴란드 그단스크를 이기고 2023 세계잼버리 유치에 성공했다.
607대 365. 압도적인 승리였다. 백중세라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유치전을 시작했던 1년 반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결과였다. 모두가 눈물과 웃음으로 뒤범벅이 된 채 얼싸 안고 뛰었다. 우리가 거둔 성과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새만금은 폴란드보다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폴란드의 위세는 막강했다. 정부 지원과 유럽 회원국의 지지는 폴란드의 강력한 우군이었다. 전략부터 차근차근 다시 세워야 했다. 전라북도, 부안군, 스카우트 연맹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다. 기재부, 여가부, 외교부 등 중앙정부에서도 적극 힘을 보탰다.
논의 끝에 우리의 전략은 정석(定石)에 있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새만금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300만 평에 달하는 새만금 야영지는 그 자체로 청소년들을 위한 꿈의 무대다. ‘타블라 라사(Tabula Rasa)!’ 빈 서판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타블라 라사’처럼 새만금은 청소년들의 생각을 맘껏 담아낼 수 있는 최고의 도화지라고 확신했다. 회원국들의 투표성향 분석결과도 힘이 됐다. 아프리카와 인터 아메리카, 중동 지역이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새만금의 이점을 알리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신발이 닳을 정도였다. 거짓말 같은 표현이지만 사실이었다. 잼버리 유치단은 회원국 168개국 중 147개국을 직접 방문했다. 지구 세 바퀴 반에 달하는 거리였다. 여권은 너덜너덜해졌다. 풍토병 주사를 수없이 맞았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가 열렸던 아제르바이잔에서의 마지막 유치전 또한 치열했다. 공항에서부터 각국 대표단을 맞았고 홍보부스에서는 우리 전통 음식이며, IT 기술을 활용한 체험행사로 회원국들의 이목을 끌었다. 직접 붓글씨를 써서 선물하고, 제기를 함께 차면서도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새만금, 잼버리!’를 계속 외쳤다. 오직 전북발전 때문이었다. 소외되고 낙후됐던 전북에 생동하는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다. 도민의 자긍심을 북돋우는 일이,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는 일이 너무나도 간절한 꿈이었다. 그게 잼버리 유치에 모든 열정을 쏟은 이유였다.
국가사업이기에 우리가 직접 할 수 없다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168개국에서 5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세계 잼버리 정도라면 새만금개발의 구심점이 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도민들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다. 그리고 똘똘 뭉친 덕분에 우리는 결국 성공해내고야 말았다.
박수갈채가 전북에 쏟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대통령도 축하를 전하며 잼버리의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 도민들의 자긍심과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축하 플래카드들이 거리에 나부낀다. 감격스럽고 기쁘다. 그러나 곧 한 문장이 마음에 스며든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그렇다. 잼버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희망은 커졌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잼버리는 전북발전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지렛대가 얼마만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철저한 계산에 달려있다.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막대와 받침만 있으면 지구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던가.
앞으로 6년, 지금부터 구체적인 로드맵을 함께 마련하고 철저히 준비해 가자. 전북발전, 새만금개발이라는 거대한 꿈을 들어 올릴 지렛대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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