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 기간 세상의 모든 음악이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음악은 무한하다. 축제가 16년째 이어져 오고 있어도 매년 새롭고 신선한 세계 음악들이 축제의 문을 두드린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민족의 영혼을 담아 온 세계 음악 연주자들을 만나봤다.
△대륙을 음악으로 버무리는 ‘라티 팡파르’
‘라티 팡파르’는 프랑스 음악 단체지만 지중해부터 인도, 터키, 북아프리카까지 대륙의 음악을 아우른다. 처음 들었을 땐 재즈를 떠올리게 하지만 선율과 화성은 직관적인 민속음악에 가까운 이들의 음악. 다양한 국가와 민족의 음악을 더해 구성은 풍성하지만 즉흥 연주를 가미해 원초적인 느낌이 살아있다. 또 무대를 넘어 관객 안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은 그들의 자유로운 음악성을 극대화한다. 다채로운 음악 색을 띠게 된 데에는 다양한 국적과 전공음악을 가진 이들로 구성된 덕분. 결성한 지 10년 째, 멤버는 바뀌어도 주된 음악 성향과 악기는 변하지 않는다.
원년 멤버인 사르감(Sargam) 씨는 “우리는 무조건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곡을 연주하는데, 한 사람이 곡을 만들면 여기에 즉흥 음악, 클래식, 재즈, 민속 음악 등 각자 갖고 있는 음악적 요소를 더해 새로운 장르와 형식의 곡을 만든다”며 “우리가 교류해서 만든 새로운 것들을 관객들도 같이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음악과의 접목이 일상이지만 판소리와 함께 한 무대는 이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리허설이 한 번에 끝날 정도로 너무 잘 맞았어요. 완전히 새로운 음악, 절대적으로 꿈꿔왔던 무대였죠.”
뱅상(Vincent) 씨는 “유럽에선 들어볼 수 없는 판소리의 독특한 창법이 매력적이고, 고음과 저음 편차가 큰 데 혼자서 이를 모두 부르는 것이 놀라웠다”며 “특히 장단이 아주 흥미로워서 악기로 반주하는 것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미 음악적인 성향과 목표는 10여 년간 잘 다져왔다는 이들은 “음악적으로는 지금의 색깔을 잘 유지하되 인상 깊고 완결된 무대를 많이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라티 팡파르’는 22일 오후 1시 오송제 편백나무숲에서 ‘월드뮤직 워크숍’과 23일 오후 4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앞 더블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연다.
△전통과 자연에서 얻는 치유 음악 ‘앗 아다우’
21일 오송제 편백숲에 울리는 경쾌한 선율에 아이, 학생, 노인 할 것 없이 무대로 모여들었다. 밴드 ‘앗 아다우’의 신나는 연주와 몸짓, 표정, 추임새는 어떤 사람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마법 같았다.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자랑스러운 전통을 현재와 미래까지 잇는 것, 사람들을 음악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죠.”
말레이시아의 섬인 보르네오에서 온 밴드 ‘앗 아다우’는 민족의 전통 음악을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표현한다. 전통악기인 ‘사페’를 비롯해 ‘다프’, ‘레인스틱’, ‘디젬베’, ‘콩가’, ‘두눈’ 등과 현대악기인 드럼, 전자 기타까지 아울러 음악을 연주한다.
“전통 악기가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까지도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뿌리가 없으면 우리의 존재는 사라지니까요. 전통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전 세계의 악기와 접목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있어요.”
이들이 말하는 말레이시아 전통 음악은 자연과 치유가 근원이다. 자연·세상과 조화를 이루고 인종과 성별, 나이를 뛰어 넘어 모든 사람들이 평안을 얻는 소리다. 특히 심장을 자극하는 울림 소리가 특징인 전통 현악기 ‘사페’는 이를 상징하는 악기다. 가정에서 대대로 가르침이 이어져 온 악기일 뿐만 아니라 남편이 병든 아내를 위해 ‘사페’를 연주하자 아내의 병이 치유됐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이들의 전통은 유연하고 생동한다. 한국인 멤버 이주연 씨가 밴드에 합류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의 음악은 한정적이거나 특수하지 않아요. 유럽 무대에도 진출해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앗 아다우’는 23일 오후 6시 30분 소리전당 놀이마당에서 공연한다.
△쿠아트로 미니말
‘쿠아트로 미니말’은 장재효(한국), 사카키 망고(일본), 페르난도 비게라스(멕시코), 쿠안파블로 비아(멕시코) 씨로 구성된 팀이다.
장재효 씨는 판소리로 시작해 타악기를 연주한다. 사카키 망고 씨는 아프리카 엄지 피아노로 불리는 민속악기 칼림바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페르난도 비게라스 씨는 멕시코 기타를 활용한 실험 음악을 해왔다. 쿠안파블로 비아 씨는 루프 스테이션 장치를 이용한 보이스 퍼포먼스를 맡는다. 멕시코에서 사라져가는 토착 언어(64개)로 이뤄진 말이나 노래를 재해석해 합창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쿠아트로 미니말은 멤버들은 모두 독자적인 음악 영역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것이 결코 이질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존중, 그리고 무한한 음악적 자유로움이 이 놀라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2011년 ‘스키야키 미츠 더 월드 페스티벌’(Sukiyaki Meets The World Festival) 아티스트 레지던스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한달간 합숙하면서 작품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로 일본 나고야, 서울, 광주 투어를 했다. 아쉽던 찰나, 2014년 멕시코에서도 아티스트 레지던스를 하게 됐다. 음반도 제작했다.
아티스트 레지던스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접하는 시간과 공간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우스갯소리로 가장 중요한 창작 공간으로 부엌을 꼽는다.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등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쿠아트로 미니말의 음악을 전주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소개하는 자리”라며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음악으로 처음 듣는 분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신선한 느낌을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카키 망고 씨는 “전통적으로 아시아에서는 하나의 선율만 있을 뿐 화성을 많이 쓰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리듬을 세는 관념과 방법이 유연하다. 이러한 아시아적 음악 요소에 서양적 음악 특성을 결합해 새로운 소리를 창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쿠아트로 미니말은 마리아나 바라흐와 함께 22일 오후 9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앞 음악의집에서 공연한다.
문민주·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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