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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시네마스쿨과 작은영화관] "레디~액션!" 주민들, 영화로 새롭게 소통하다

촬영·편집 등 배워 작품 제작 / 시나리오부터 출연까지 직접 / 작은영화관에선 영화제 개최 / 각종 행사 열어 문화공간 확장

▲ 영화 ‘함께라면’과 ‘할머니의 상장’을 제작하고 출연한 주민들이 ‘2017 임실시네마스쿨 작은영화관 상영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저녁, 임실작은별영화관에서 특별한 영화상영이 있었다. 임실군 주민들이 직접 제작하고 참여한 2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한 편은 노년의 사랑도 젊은 사람들만큼 풋풋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함께라면’이고, 다른 한편은 중금마을 할머니 유랑극단의 분리수거관련 연극을 극영화 한 ‘할머니의 상장’이었다. ‘할머니의 상장’은 중금마을 어르신들이 배우로 참여해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영화상영 내내 상영관을 가득 메운 주민들은 웃음과 환호를 보냈다. 영화 상영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에 참여했던 한 주민은 “두 번째 영화작업에 참여했는데, 하면 할수록 또 해보고 싶다”며 주민들에게 도전을 권했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모두 영화제작교육인 ‘주민시네마스쿨’에 참여한 주민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과 편집, 출연한 작품이다.

 

△도내 14개 시군서 영화제작교육

 

주민시네마스쿨은 작은영화관과 연계해 주민 대상으로 영상 촬영·편집·제작 등에 대한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부터 도내 작은영화관이 있는 지역에서 시작됐고, 올해는 14개 시군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이 지원하고, 전주시민미디어센터가 운영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각 시군마다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으로 구성되었으며, 영상에 대한 기본 이해에서부터 기획과 시나리오 작성을 포함한 촬영·편집 등의 영상·영화 제작과정으로 진행된다. 주민시네마스쿨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주부, 직장인과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포함하고 있다.

 

주민시네마스쿨은 4년여 동안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간 15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교육에 참여해 지역민과 지역을 소재로 한 150여 편이 넘는 영화와 영상이 만들어졌다. 제작된 작품은 지역 작은영화관과 영화제 그리고 지역방송을 통해 상영됐다. 주민들이 만든 작품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도내외 다양한 영상제와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작년에 임실 주민시네마스쿨 참여자들이 만든 영화 ‘비온 뒤(감독 한미연)’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한국영상문화제전 2016’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주민시네마스쿨을 통해 제작된 많은 작품들이 타시도의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되고 있다. 작년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주민시네마 스쿨 작품들로 구성된 상영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작은영화관 기획상영전 작품목록에 주민시네마스쿨 작품들이 포함되어 상영되었다.

▲ 지난해 임실 주민시네마스쿨에 참여한 주민들이 만든 영화 ‘비온뒤(감독 한미연)’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한국영상문화제전 2016’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은 ‘비온뒤’ 촬영 장면.

△지역주민이 영화영상 생산

 

주민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이 영화관을 통해 상영됨으로써 흥미를 넘어 자긍심을 갖고 이후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육 수료 후 수료생들을 중심으로 영화동아리 모임이 구성되어, 영화감상과 지속적인 작품제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민시네마스쿨이 주민들이 수동적인 영화소비자에서 영화영상의 생산자가 되면서 영화영상의 입문과 인력양성의 토대가 되고 있다.

 

주민시네마스쿨이 지역주민들의 영상문화향유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전북연구원에서 조사한 ‘2016 전북도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민의 문화향유 실태가 소극적 문화향유인 ‘관람’형태를 거쳐 ‘교육·참여’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활동’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활동방식도 개인적 향유 중심에서 공동체 활동이 강조되는 추세라고 한다. 주민시네마스쿨을 통한 주민들의 영상문화향유가 이러한 단계를 거쳐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매개로 주민 소통

 

주민시네마스쿨은 또한 지역민들의 소통과 공동체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제작에 교육생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있으며, 작품 시사회에 주민들을 초대해 축제 같은 시사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아예 마을영화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진안과 임실에서는 주민들이 만든 영화를 모아 마을영화제를 진행한다. 진안군의 경우 주민시네마스쿨 수료생을 중심으로 마을축제 때 작은영화관에서 주민시네마스쿨 수료작들로 구성된 마을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임실의 경우 지난 10월 13일 작은영화관에서 앞서 두 편과 학생들이 만든 UCC 작품을 모아 ‘제3회 임실군 우리마을영화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마을영화제는 주민들이 만든 작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만든 지역영화가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주민들이 함께 보면서 소통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작은영화관 운영 모델도 제시

 

또한 주민시네마스쿨은 작은영화관의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모델을 제시한다. 매년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있는 작은영화관 기획전에 주민들이 직접영화를 선정하고 상영시간 배분과 연계 교육 프로그램 기획까지, 기획전의 한 섹션을 온전히 주민들의 힘으로 꾸리기도 했다. 2015년 고창 작은영화관 동리시네마에서 진행된 작은영화관 기획전에서는 2014년부터 진행된 고창군 주민시네마스쿨을 통해 결성된 영화동호회 지역주민들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이웃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영화를 직접 선정하고 상영시간표를 짜는 등 기획전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시네마스쿨의 다양한 활동들은 작은영화관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영화관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장소로서 뿐만 아니라 영화교육과 다양한 활동 등이 이뤄지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과 지역 내 영화영상문화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작은영화관이 개봉영화 외에도 지역민들이 직접 만든 영화가 상영되고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영화를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민의 의견이 반영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상 문화행사 등이 열리면서 영화관이 지역문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회적관계 재생산하는 공간

 

현재 작은영화관은 영화관이 없어 영화를 보지 못하는 지역주민에게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능도 해야 한다. 문화적 체험을 확대하는 것 이상으로 공동체 공간의 창출과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의 유지와 성장을 문화적으로 나누고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할 때 지역 영화관으로서의 ‘작은영화관’의 의미는 보다 증폭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그리고 영화의 본 고장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상업영화관이 수익성이 없다고 사라진 자리에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지역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으로 마을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공간이라는 역할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재생산하는 공간이자 장치’라는 사회적 가치를 수행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미디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고 가정에서, 컴퓨터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올 한해 영화계에서 화두가 되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온라인 상영과 영화관 동시 개봉이 되면서 영화 생태계와 영화관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영화생태계의 변화에서 영화제작의 주체와 영화관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까. 그리고 작은영화관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역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유도해 주민들이 영화영상문화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전북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작은영화관의 운영모델에 주민시네마스쿨이 주되게 제시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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