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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영화프로그래머를 만나다] "다양한 취향 가진 관객들 최대한 만족시켜야죠"

최은경 시민영화프로그래머, 폴링인 전주 좋은 경험…내달 겨울영화제 준비 / 최은경 시민영화프로그래머, 처음엔 영화 사랑해 시작…영화제 대한 시야 넓어져

▲ 지난 10일과 11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 13회 시민영상제 관객과의 대화 모습.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흐릿한 시대다. 영화영역도 마찬가지다. 과거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영화제작도 비전문가이면서 소비자였던 관객들의 참여가 활성화 되고 있다. 작품의 양도 많아졌고 질적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관객들은 그저 영화를 보고 상영관을 떠나는 일방적인 영화문화 수용자가 아니라 훨씬 주체적으로 영화문화를 즐기고 참여하는 향유자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영상을 제작할 수 있으며, 미디어센터와 같은 곳에서 교육과 지원을 받으면 좀 더 전문적인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영화제 역시 이런 영상들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관객들이 만든 영화를 상영하고 소통하는 시민영화제, 시민영상제가 전국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다. 시민의 참여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화를 보고, 보여줄 것인지도 결정하기도 한다. 그들을 시민영화프로그래머라 부른다.

 

시민영화프로그래머란 시민 스스로 영화프로그래머가 되어 다 같이 영화를 보고 즐기는 재밌는 마당을 만드는 사람이다. 관객으로서 주어진 대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의 방향을 정하고 개성과 색깔을 담아내고 상영장소 섭외, 영사와 관객대응, 관객과의 대화와 이벤트 등 영화제 전반을 운영한다. 일반 영화프로그래머보다 더 많은 일들을 진행한다. 올해 전주에서도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이하 영시미)에서 시민영화프로그래머 양성과정을 운영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총 15주에 걸쳐 영화와 영화제 프로그래밍 그리고 영화제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시민영화프로그래머의 역할을 이해하고 어떻게 영화제를 기획·운영하는 배우는 입문과정과 전주국제영화제와 협업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를 관람하고, 자신만의 영화제를 기획해 보는 실습과정이 이어졌다. 9월에는 경기도에서 열린 DMZ 영화제에 참가해 사례 발표와 교류시간을 갖기도 했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와 공동기획으로 이번 가을에 열린 2017 폴링인 전주(FALLing in JEONJU)에 시민참여섹션을 기획, 운영하기도 했다. 폴링인 전주는 올해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과 다시 보고 싶은 상영작을 만나는 행사다. 시민영화프로그래머들은 한국단편경쟁 섹션에서 선정한 작품들을 보고 ‘Focus on Short Films’ 이라는 섹션을 마련했다. 이들은 영화 선정과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었다. 각자 바쁜 중에도 시간을 쪼개 영화를 보고, 관객과의 대화와 홍보 그리고 이벤트를 준비를 하는 열정을 보였다. 또한 전주의 다양한 관객모임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민영화프로그래머 모임과 영화상영, 잡지, 관객동아리 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 공유와 활동을 소개하고 네트워크 결성을 논하기도 했다. 6개월간의 긴 과정에도 불구하고 18명의 시민영화프로그래머가 배출되었다.

 

지난 10일과 11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 13회 시민영상제(주최 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는 영상콜라주 ‘보통의 나날’이라는 섹션을 구성하기도 했다. 영화선정에서부터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구자건, 최은경 시민영화프로그래머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시민영상제 섹션의 기획방향과 작품 선정기준은 무엇인가.

▲ 구자건 시민영화프로그래머

구자건(이하 구): 다양한 형식,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장르도 다양해졌고, 다양한 연령대가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다큐의 경우 전주를 다루고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극영화는 짜임새가 좋았던 작품을 선정했다. 전체적으로는 감정의 라인이 힘들지 않도록 구성했다.

 

최은경(이하 최): 제목처럼 평범한 사람, 보통의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보통의 나날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 우리들의 모습들 그것이 가장 빛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

 

- 작품들은 어땠나.

 

구: 솔직히 UCC 같은 경우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고 나니 정말 좋았다. 재기발랄 하고 톡톡 튀었다.

▲ 최은경 시민영화프로그래머

최: 흔히 지역에서 만든 작품들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기대 이상이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고, 예술적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았다.

 

- 시민영화프로그래머 교육을 받은 계기는 무엇인가.

 

구: 예전에 영화 관련 활동을 짧게 한 적은 있었다. 다양성영화, 특히 유럽영화 위주의 다양성영화를 보고 리뷰 쓰고 관객과 대화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번 교육에는 한국단편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참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영시미 라디오 제작교육을 받기도 했다.

 

최: 영화가 대중적이면서도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종합 예술이라 생각한다. 그런 영화를 다루고 있는 영화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영화제의 전반적인 흐름이 어떤지 궁금하고 배우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영시미 시민프로그래머 교육을 알고 다니게 되었다.

 

- 교육을 받아보니 어땠나.

 

최: 교육과정에 포함되었던 폴링인 전주 프로젝트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반면에 준비하고 진행하다보니 영화를 많이 못 보게 돼 아쉬웠다.

 

구: 다양한 영화제 사례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강사분이 지역 영화제나 커뮤니티 영화제에 대한 경험이 많으셨다. 개인적으로 영화제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

 

- 관객으로 영화를 볼 때와 프로그래머로 영화를 볼 때 차이가 있나.

 

구: 신중하게 영화를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볼 때나 프로그래머로 볼 때나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관객으로 볼 때는 개인적 만족으로 끝나지만, 프로그래머로서 영화를 선정할 때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한테 전달이 될 수 있고 이야기를 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을 본다. 또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여러 사람들의 합의를 끌어 낼 수 있는 조화로운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다르다.

 

최: 관객은 자기 취향으로 보는 것이지만, 프로그래머는 여러 사람의 다양한 취향을 최대한 만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차이가 있다. 그런점에서 혼자 프로그래밍하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DMZ 영화제의 경우 프로그래머 혼자서 수백편의 영화를 보고 선정한다고 한다. 굉장한 노동력이다. 프로그래머가 많이 양성되어서 적당한 양의 영화를 보고 같이 선정하는 것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 교육 과정을 마친 시민영화프로그래머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고 지속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 수강생 중심으로 ‘아프로(Au-Pro, Audience Programer club in Jeonju)’라는 전주 시민프로그래머 모임을 결성했다. 그리고 겨울영화제를 준비하게 되었다. 폴링인 전주가 좋은 경험이 되었고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보다는 이어서 작게나마 시작하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겨울영화제는 언제, 어떤 컨셉으로 진행되는가.

 

최: 12월 8∼9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단편영화 중심으로 선정했다. 특히 힘들게 만들어졌지만 영화제에 선정되지 않았거나 대중에게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

▲ 최성은 전주영상미디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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