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나무로 조각 작업을 해온 엄혁용 조각가(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장)가 고사목(枯死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였다.
“ ‘고목에 꽃이 핀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그래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교수가 돼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죠. 또 작업 세계를 구축함에 있어서도 오랜 세월 고민을 해왔고요. 늦게 꽃이 핀만큼 더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작업하고 싶어요. 썩은 나무일지라도 자양분이 돼서 싹을 키우고 싶죠. 고사목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엄혁용 교수의 고사목을 활용한 신작들이 16일부터 29일까지 전주의 우진문화공간에서 전시된다. ‘제27회 엄혁용 개인전’의 개막식은 16일 오후 6시.
그동안 ‘자연=나무=종이=책’라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목재로 직지(直指)와 완판본 등 책을 형상화 했다. 책을 통해 자연과 문명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이번 신작들은 구체적인 책 형상에서 벗어났다. 높이가 약 3미터에 달하는 통나무와 그 안에 쌓아 올라간 색색의 책들은 고목이 견딘 긴 세월을 의미하는 듯하다. 수십 번, 수백 번의 사계절을 거쳐 만들어진 나이테와 나뭇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작품 세계도 확장됐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환원’에 대해 고민했다. 순환체계를 통해 죽은 것의 가치를 되짚었다. 엄 교수는 “고사목으로 만든 작품들은 썩혀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낼 생각”이라며, “작품을 영원히 박제하기 보다는 순리에 맞게 무너져 내려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까지의 ‘과정’이 나의 예술 작업”이라고 말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