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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문화재단 '백인의 자화상' 박종수 화가] "초현실주의 그림은 날 위해 그리는 예술"

강상기 시인·김선태 교수 등 지인들과 인생·예술 이야기 / 어릴적부터 초현실주의 관심, 화풍 시대별로 바뀌어 가 / 제자 "창작 샘 솟는 어린왕자"

▲ 박종수 화가

 

박종수 화가는 칠순을 넘겼다. 하지만 그의 제자들은 그를 영원히 어리고 순수한 어린 왕자에 비유한다. 고인 물이 아닌,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창작 욕구를 빗댄 표현이다.

 

지난 5일 전주 동문길 60에서 그가 사랑하고, 그를 사랑하는 강상기 시인과 김선태 예원예대 교수, 노해남 작가가 박종수 화백의 삶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주 백인의 자화상 인문학 콘서트 열세 번째 무대다.

 

강 시인과 박 화백은 첫 만남부터 죽마고우처럼 가까워졌다. 같은 동인지에 시를 쓰고, 표지를 그리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원화실 제자, 노 작가는 전북사대부고 제자다. 이들은 박 화백에게 기교보다 화가의 자세와 작업의 방향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화백은 1974년부터 2005년까지 교직에 몸담았고, 1978년부터 5년간 전주에서 원화실을 운영했다.

 

박 화백은 미술 교사도 없는 고창 작은 시골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유년시절에 관해 이야기했다.

 

박 화백에게 초등학교 미술 시간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교실 뒤편 학습란에는 늘 그의 그림이 붙어있다고 한다. 초등학교~중학교 때는 만화 광팬(?)으로 노트에 김종래 만화가의 작품을 곧잘 따라 그리곤 했다. 미술 공부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선배들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웠고, 삼수 만에 조선대 미술교육과에 진학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늘 그림 안에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 화백은 자신의 그림을 시기적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고등학교부터 첫 개인전을 한 1979년까지 습작기라 할 수 있습니다. 1979년까지는 국전이나 도전 등 공모전 출품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부터 일체 공모전 출품을 하지 않고 내 나름대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설 때 ‘현실을 외면하면서 화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산업화로 농촌이 황폐해지면서 땅 연작으로 200호까지 작업했고, 당시 빨간색을 많이 썼습니다. 색이 주는 힘을 상징적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민주화 시대부터 2000년까지 한국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작업했습니다. 민화의 풍경과 원색의 강렬함, 선의 단조로움을 살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 지난 5일 열린 전주 백인의 자화상 인문학 콘서트에서 박종수 화가(앞줄 왼쪽 네번째)와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 그가 2006년 명예퇴직 후 화풍을 180도 바꿨다. 초현실주의였다. 사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와 조르조 데 키리코를 좋아했다. 대학교 3~4학년 때부터 환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지인들은 창고에 쌓인 그의 그림을 걱정한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초현실주의 그림은 제가 저를 위해 그리는 그림입니다. 제 예술이죠. 그림이 쌓여있을망정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작품 활동할 생각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제가 그리는 애정만큼만 관심 가져주길 바랍니다.”

 

김 교수는 시대별로 화풍이 구분된다는 건 작가로서 노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박 화백은 작품에 원색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보색인 청색과 주황색 조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2000년대 들어서 갑자기 초현실주의 경향이 나온 게 아닌, 초기부터 현재까지 작품에 초현실주의적인 경향이 꾸준히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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