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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갤러리, 밤에도 낮에도 기웃기웃

전주시 이동형 갤러리 '꽃심' 경기전 등서 13명 전시 / 시민들 자연스럽게 접해…홍보·통행 불편 개선돼야

▲ 전북대 구정문 앞 광장에 위치했던 전주 이동형 갤러리 꽃심. 노성기 서양화가의 개인전이 열리던 모습.

지난 9일 전주 한옥마을. 김지형 한국화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이동형 갤러리 ‘꽃심’이 경기전 앞 광장에 있었다. 방문객들은 거리에 놓인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서 보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가 투명한 벽 너머를 기웃거렸다. 광장 내 행인과 도로의 운전자들 모두 한번 씩은 시선을 던진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밤이 되자 전시장은 그 자체로 조형물이 됐다. 밤에도 밖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조명을 켜둬 깜깜한 주변과 달리 눈길을 끌었다. 오히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낮보다 천천히 살펴보는 관람객이 많아 보였다.

 

김지형 미술가는 “전시는 화이트큐브(전문 전시장)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처음엔 이동형 갤러리 꽃심이 초라해보였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작가가 작업실을 벗어나 일반 관람객과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이라고 말했다.

 

전주시가 시민의 열린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기획한 ‘이동형 갤러리- 꽃심 사업’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풍남문 광장과 한옥마을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 투명한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이동식 갤러리를 설치하는 것으로,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노성기, 이정희, 송영란, 유승영 등 총 13명의 전북 미술인이 ‘꽃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작가들은 갤러리에 상주하며 관람객에게 직접 작품을 설명한다.

 

사업에 참여한 미술가들은 지역 미술인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시민에게 노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 된 것에 매우 만족감을 느꼈다. 이들은 “실내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일반인보다 미술 관계자나 가족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동형 갤러리 ‘꽃심’은 시민이 굳이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새로운 볼거리가 생긴 것에 긍정적이었다.

 

기획 취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지만 세부적인 운영 방식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는 전북·전주미술협회 중심으로 사업 공지가 되는데 지역 전체 미술인을 대상으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실제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지역 미술가들은 사업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원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홍보가 미비해 올해 사업은 1차 참여 작가가 부족해 2차 모집까지 해야 했다.

 

또 예술인 및 관련 정책가 등은 “일부 보행자들이 이동형 갤러리로 인한 통행 불편을 제기한 만큼 보행자 동선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수 전주시문화정책과장은 “이동형 갤러리 꽃심은 미술관의 장소적 특성과 작가와 시민이 자연스럽게 직접 만나는 일상성이 결합된 문화콘텐츠로, 문화특별시 전주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사업은 선정 작가를 늘리고 전시 장소도 도심 밖 문화 소외지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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