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미숙한 사람들에게 인간답게 살며 사회와 국가에 필요한 지·덕·체를 갖추도록 가르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나는 가끔 바람직한 인간이란 어떤 사람을 이르는 말인가를 생각해본다. 인생은 유수와 같다는 속담이 있다. 흐르는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흐름을 멈춘다. 그러다가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 오염되고 부패한다. 그래서 부패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며 새로운 물과 동화하여 변화를 꾀한다. 이것이 물의 자정작용이다. 물은 계속 흘러야 오염되지 않고 많은 생명체를 살리는 생명수가 된다. 인생은 오염과 정화를 반복하며 흐르는 물처럼 파란만장한 유수와 같다고 표현한다. 이런 생명수 같은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자들의 사명이다.
필자도 깜냥에는 생명수와 같은 인간을 기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교단에서 35년 동안 열심히 교육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올빼미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근무해도 지칠 줄을 몰랐다. 그만큼 학생들과 생활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주로 인문계고등학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목표였지만, 노력의 결과는 학년 말에 나타났다.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일류 대학에 합격시킨 숫자로 교사의 능력과 학교의 등급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때는 교육자가 된 것이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80년대 초까지는 즐겨 마시는 술의 종류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구분되었다. 회사원이나 타 직 공무원으로 있던 친구들은 값비싼 맥주를 마셨는데 교사인 나는 주로 값싼 막걸리를 마시며 호주머니를 헤아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세월이 어느새 정년퇴직을 하고 동창회 사무실에서 빈둥거리면서 옛날 맥주만 마시던 친구들은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맥주가 아니라 막걸리만 사줘도 감지덕지하며 내가 자주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인생 역전을 느낄 때도 있다. 어떤 때는 함께 술집에 가면 제자들이 나를 보고 쫓아와 ‘선생님’이라고 반가워하며 계산까지 해주는 모습을 보며 나를 우러러보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제는 교사가 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년퇴임하고 막상 학교를 뒤돌아보았을 때는 허전하고 빈손 뿐이었다.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자극과 반응과의 관계로 정의되는 행동주의심리학의 학습이론을 맹종하며 행동의 변화를 강조하는 데에는 소홀했고 많은 양의 정보를 투여하는 데에만 급급 주입식 입시교육에만 열중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방송이나 신문지상에 나오는 제자들의 면면을 볼 때마다 일생을 교육에 몸담았던 교육자로서의 내 삶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고 자위할 때도 있다.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처럼 제자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보기에 참 좋다’를 연발하면서 흡족하게 미소를 지어 본다.
△이희근 수필가는 ‘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중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으며 수필집 <산에 올라가 봐야> , <사랑의 유통기한> , <아름다운 만남> 등을 출간했다. 전주문학상 문맥상을 수상했다. 아름다운> 사랑의> 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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