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노인요양원서 날마다 치매환자 식사도우미 역할…지역 사회복지협 이끌기도
“으응, 나 바빴어. 인자 와서 미안혀.”(송상모 전 부군수)
지난 22일 저녁식사 시작 전. 마이산 북부에 위치한 진안노인요양원에서 목격한 대화의 한 장면이다.
마령면 출신 송상모(71) 전 부군수. 그는 끼니때마다 이곳에 나타나는 인기스타다. 2004년 퇴직해 현재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저녁시간에도 76명의 입소 노인들과 친근한 반말투 인사를 주고받으며 요양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일일이 얼굴을 가까이 대거나 등을 토닥이며 “빨리 나을 거요. 어서 여기를 나가야지요”라며 응원했다. 인사를 끝내자마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앞 여기저기에 저녁 식판을 날라다 놓으며 모자라는 일손을 채워줬다.
그 일이 끝나자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없는 이 모(77) 노인에게 곧장 다가가 ‘숟가락질’을 대신해 주기 시작했다. 밥숟갈 위에 재미있는 ‘농담 반찬’을 얹어 분주히 입에 갖다 댔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말을 걸어 줬다. 무표정하던 노인의 얼굴 위엔 식사시간 내내 수채화 같은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송 전 부군수는 식사 때마다 이곳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입소 노인들에게 ‘손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하루 세 번. 음식물을 입에 떠 넣어 주는 일이다. 일명 ‘식사도우미’. 아무런 대가 없이 실시하는 무료 봉사다. ‘퇴직 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리라’던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중이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이 일의 쉽지 않음을 웅변해 주고 있다. 34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퇴임 뒤 1년 반의 휴식기를 갖고 지난 2006년 6월부터 시작한 이 일은 내년이면 햇수로 13년째를 맞는다.
하루 중 노인요양원 식사 시간은 오전 8시, 낮 12시, 오후 5시 등 3차례. 그는 주중 수요일을 빼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세 번 모두 요양원을 찾아 누군가의 ‘밥 먹는 손’이 돼 줬다.
지인 A씨는 “송 부군수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요양원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진안노인요양원 유정순(59) 관장은 “치매 환자의 식사를 돕다 보면 갑작스럽게 따귀를 맞거나, 식판이 엎어지거나, 폭탄처럼 뿜어져 나오는 입속 음식물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송 회장님은 이런 일을 10년 넘게 지속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대단한 분이다. ‘천사’란 바로 이런 데 쓰는 낱말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71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88년 사무관에 오르고 2004년 부군수로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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