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고백한다. ‘나는 사육됐다’고.”
담대하게 파격을 던진 이올 신진작가의 개인전 ‘먹이를 함부로 주지 마시오’가 내년 1월 7일까지 전주 교동아트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그림을 그리던 어머니·아버지 밑에서 어릴 때부터 미술을 배웠어요. 화가가 돼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부터 일단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게 됐죠.”
성인이 될 무렵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부모님의 영향으로 하게 된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이올 작가. 학비를 벌기 위해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면서는 ‘꿈이 없이 사회에 맞춰 사는 아이들’에 놀랐다. 그는 “가르치던 학생들 대부분 꿈이 공무원이었다”며, “ ‘이게 과연 자신들의 진정한 꿈일까, 부모님·사회가 바라는 상에 맞춰져 자라고 있진 않을까’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현대인들이 작게는 가정 안에서부터 크게는 사회·권력 안에서 우리도 모르게 부모·사회 구조가 바라는 잣대에 맞춰 사육된 것이 아닐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자성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사육됐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의 괴로움과 자기반성, 사육장 안에서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뛰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았다.
아이를 잡아먹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광인의 모습을 그린 고야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변용한 ‘오리를 삼키는 사투르누스’는 사육에 대한 직설적인 경고다.
전북대 미술학과, 중앙대 대학원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설치 작품이 의외로 많다. 2차원의 평면보다 표현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잡초와 길들여진 인간을 상징하는 우유병을 냉장고 위·아래 칸에 가득 채운 작품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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