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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르네상스 꿈꾸는 청년들] ① 송지용 문화운동가 "모두가 수평적 삶 사는 생태적 공동체 만들고 파"

사회적 기업서 일하다 꽉 막힌 행정구조에 지쳐 인도로 대안 찾아 떠나 / 고향 정읍 돌아와 문화 활동…댄스 만달라·동학 등 전파 / 지역도 다양성 수용해…청년 활동 뿌리내리게 해야

▲ 송지용 씨가 지난해 말 동학을 공부하고 위해 다니고 있는 원광대 교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북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외치는 청년들이 있다. ‘문화’로 내가 머무는 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려는 전북의 젊은 문화 운동가들. 상당수의 20·30대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날 때 이들은 지역에서 대안을 찾는다.

 

도내 곳곳에 침투해 흥미로운 ‘작당모의’를 했다. 산골과 농촌에는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는 ‘핫(hot)’한 여관·카페가 생겼고, 그 앞마당에서 작은 축제가 열렸다. 아픈 청춘, 자아를 찾기 위해 명상 댄스와 살풀이를 무료로 배우는 청년들이 생겨나고, 공동체 파티는 취업난에 낮아진 자존감을 치유했다.

 

전북은 더 재밌고 젊어지는 중이다. 문화운동으로 지역 부흥기를 일으킨 전북 청년들을 매주 한 차례 만나본다.

 

‘요새 친구들 중 가장 재밌는 걸 하는 놈’· ‘지역에 꼭 필요한 청년’· ‘마인드가 참 괜찮은 사람’. 정읍에서 나고 자라 정읍·익산 등에서 활동하는 송지용(29) 씨다.

 

지난해 말 겨울 방학으로 한산한 원광대 앞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문화기획자보다는 문화운동가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가 항상 주장하는 ‘내 색깔대로 조화롭게’. 지역에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활성화하기 보다는 이를 매개체로 내 고향, 그 안의 공동체가 잘 사는 것이 정읍 청년의 목표였다.

 

△사회적 기업·공동체 마을서 얻은 깨달음

 

“군대에 있을 때 TV에서 사회적 기업 ‘이음’이 정읍에서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내가 사는 곳에도 인디·현대 문화를 누릴 수 있겠구나’. 희열을 주체 못했죠.”

 

스물세 살 군대를 갓 제대하자마자 정읍으로 돌아와 사회적 기업 ‘이음’에 들어갔다. 수평적인 구조에서 사람을 만나고 아이디어를 냈던 이상적인 활동이었다. 하지만 수직적이고 후진적이었던 행정 구조와 지역의 폐쇄성은 1년 만에 새로운 대안을 찾아 떠나게 만들었다.

 

추천을 받아 떠난 인도 오르빌과 사다나 포레스트에서 새로운 마을 공동체의 대안을 봤다.

 

인구가 2000명 정도 되는 남인도의 영성공동체 ‘오르빌’은 돈, 권력, 성별, 인종에 차별받지 않고 생태적인 삶을 사는 곳. 건축, 공동체 슈퍼, 대안적 식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 사회를 바꿀 대안을 실험했다. 그 안의 ‘사다나 포레스트’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로, 일종의 ‘숲 가꾸기를 통한 수행’이다.

 

“이곳에선 자율이 곧 규율이었죠. 완전하진 않았지만 개인의 자유성을 보장하면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였어요. 오르빌이 영성에 대한 공감대와 생태적인 문화 등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 인도의 대안이 된 것처럼, 정읍도 대한민국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고집했던 정읍, 생태적 대안 제시

 

세계를 누비던 그는 왜 고집스레 정읍에 돌아왔을까.

 

“저도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우등생이 아니에요. 낙후된 지방 도시에서 자랐고 수도권에 있는 좋은 대학에 가지도 못했죠. 하지만 정읍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놀던 공간, 추억이 있는 곳이고, 지금도 내가 사는 곳이에요. 인도에서 ‘나’라는 인간도, ‘정읍’이라는 지역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약점을 강점으로, 변방을 창조의 핵심으로 만들 겁니다.”

 

내가 좋아하고 의미 있기에 하는 것이지, 대의를 위한 막중한 사명감은 아니다. “과거 사회·문화 운동이라고 하면 희생·투쟁을 떠올렸지만 지금의 운동 패러다임은 변화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있는 곳으로부터 시작해서 사회로 연결되는 운동. 이게 지속가능하고 내가 더 오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3년 전 그는 고향 정읍의 청년을 중심으로 ‘고스트 미팅 클럽’을 만들었다. 지역에서 존재감 없는 유령 취급 받는 젊은이들이 유쾌하게 뭉치자는 취지다. 전북 청년 포럼 형태로 정기적인 모임을 이어가며 청년의 일거리, 배울거리, 놀거리를 만들었다.

▲ 송지용 씨가 기획해 지난해 여름 정읍에서 열렸던 ‘있ㅅ는 잔치’. 전국에서 모인 방문객들이 댄스 만달라, 공연과 강연 등을 통해 생태적인 삶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청년 문화 기획에서 나아가 꿈꿨던 생태적인 대안을 지역에 알리고 싶었다. 그 시도가 지난해 ‘프리플로우’와 ‘있ㅅ는 잔치’다. ‘프리플로우’는 독일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들을 정읍으로 초청한 것으로, 정읍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있ㅅ는 잔치’는 그가 속한 넥스트젠 코리아 국제생태마을청년네트워크 활동의 일환으로, 삼일 간 오르빌처럼 명상·영성 대화·공연·생태적인 생활 영위 등 자유로운 공동체 생활을 이어갔다.

 

△전북 르네상스 이끌려면…수용성·철학 필요

그는 지역에 청년들이 뿌리내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다양한 활동가들이 자리 잡는 토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여가생활 부족 등을 해결하려는 사람과 실험을 하고 싶은 사람, 외부에서 새롭게 오는 활동가 등 다양한 부류의 청년이 있는데 지역 텃세 등에 튕겨져 나가서는 안 된다. 전북 전체로 뭉뚱그려지기 보다는 다양성이 수용돼 14개 지역별로 개성이 살아나야 비옥해진다.

 

또 그는 정책에 청년이 동원되고 소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 문화 활동을 하면서 언제부턴가 공허해졌다. 사업 이름만 바뀔 뿐 매번 같은 것을 하고 확고한 목표나 중심은 없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청년들이 자아탐색을 하고 단단한 철학을 기반으로 한 중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만난 것이 댄스 만달라. 명상 체조라고 보면 된다. 그는 “몸과 마음은 하나여서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이다보면 내 숨과 감각, 에너지를 따라 내면으로 들어간다”며 “자기애와 희열, 지혜가 올라오고 자신이 확장된 것을 느낀다. 시작할 때와 달라진, 남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더 커진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댄스 만달라를 전파하기 위해 매주 전주에서 수업도 연다.

 

최근에는 동학을 공부하기 위해 원광대 대학원에 들어갔다. 대안적 사상으로서의 동학 가치를 높게 보고, 이를 몸짓·교육에 접목해 현대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인도·유럽·태국 등의 생태 주의, 여성주의, 공동체 사상이 우리나라 ‘동학’의 평등·인간존중 사상 등과 맥을 같이 해요. 우리 식의 생태 공동체와 대안을 만들면 충분히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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