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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의 민주주의

지방선거 투표 통해 변화 개혁 가로막는 세력을 퇴장시켜야

▲ 신경민 국회의원

작년 광장에서 터져 나온 “적폐청산” 목소리는 거대하고 장대했다. 이 요구는 지난 5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거듭해서 재확인되었다. 그 외침을 거슬러보려고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광화문과 여의도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으로는 가깝지만 광장과 현실 정치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사람을 바꿔 정보기관을 바꿔보려던 개혁이 실패한 것이 너무 분명했기에, 문재인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제도를 바꾸고자 했다. 국정원의 임무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고, 관련법을 바꾸고, 기구 구성을 바꾸고, 이를 통해 사람을 바꾸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견찰, 떡찰이라고 지탄 받았던 근본 원인이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있다고 보고 이를 바꾸고자 공수처를 제시했다. 방송언론 적폐청산도 진행되었다.

 

검찰 개혁의 경우는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음에 반해, 방송언론 개혁 부문에서는 진전이 있었다. 역설적으로 방송 관련 인사들의 부패와 비리가 수사와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검찰, 방송언론 분야 등에서 적폐를 걷어내는 작업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여러 가지로 순탄치만은 않다.

 

왜 그럴까.

 

첫째, 야권, 주로는 자유한국당 측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매우 억지스럽고 합리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다수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막강한 국회 의석수를 기반으로 큰 목소리를 내면서 각 분야의 청산과 개혁을 발목 잡고 있다. 국정원을 개혁하자고 하면 안보를 들이대며 막아서고, 검찰 견제 위해 공수처 도입하자고 하면 옥상옥 운운하면서 막아서고, 방송 정상화의 경우에는 지난 9년 자기들이 했던 ‘방송장악’ 프레임을 적반하장으로 들이대면서 개혁과 정상화 작업에 장애를 조성하고 억지를 부린다.

 

둘째, 남북 분단과 안보 상황이 여전히 한국을 규정하고 있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북핵과 일촉즉발의 동북아 정세는 다른 모든 이슈들을 집어삼키고도 남을 만큼의 발화력을 지닌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종북 공세는 개혁과 적폐청산을 막아서는 주요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셋째, 우리 쪽은 MB, 박근혜처럼 절차와 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매사에 지나치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명약관화한 죄상이 드러났더라도 검찰의 수사와 최소한의 조사(감사)를 기다려야 한다. 저 쪽의 억지와 우리 쪽의 신중함과 절차에 대한 집착이 겹쳐져 신속하게 광장의 요구를 실현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쪽에서 좀 더 체계적인 전략이나 마스터플랜이 부재했던 것도 원인이 아닐까 반성한다.

 

이상의 이유들로 인해 광화문의 외침이 여의도까지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광장의 정의가 골목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냉엄한 현실이다.

 

결국 광장의 적폐청산 요구는 지방선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다. 답을 알더라도 제도와 절차라는 지루한 틀을 건너뛸 수는 없다. 투표를 통해 광화문과 여의도의 거리를 좁히고, 투표를 통해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는 세력을 퇴장시켜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특히 호남의 선택이 주목받을 것이다. 역대 중요한 정치적 계기에서 호남은 늘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왔다. 오는 6월 13일 호남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뭇 기대된다.

 

△신경민 의원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 ·워싱턴 특파원 등을 지냈으며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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