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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르네상스 꿈꾸는 청년들] ③ 장재영 순창 ‘카페 방랑싸롱’ 대표 "재밌는 콘텐츠로 꽉 채운 순창 만들고 싶어"

여행사 근무 세계 돌다 여유로움에 끌려 정착 / 카페 열고 재즈공연 등 2박3일 코스 행사 여니 전국서 알아서 찾아와 / 다양한 지역 자원 활용 SNS 기반 새기획 준비…지역 청년과 판 키울 것

▲ 장재영 순창 ‘카페 방랑싸롱’ 대표

순창 공용버스정류장에서 순창 군립도서관 방향으로 5분가량 걸으면 한옥 담벼락 길에 들어선다. 샛길 안을 기웃거리다 보면 파란 대문과 창문, 화려한 색과 사진들로 꾸며진 이국적인 공간이 나타난다. 장재영(42) 대표가 운영하는 순창의 뜨는 공간 ‘카페 방랑싸롱’이다.

▲ 순창 방랑싸롱 카페 모습.

△뭘 해도 실패하지 않을 것 같던 곳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장재영 대표는 15년 넘게 여행사에서 근무하며 세계를 돌았다. 색다른 풍광과 문화가 가득한 해외와 비교하면 단조로운 한국 소도시 풍경은 흥미를 끌지 못했다.

 

2016년 6월 추천을 받아 순창의 오래된 한옥 ‘금산여관’을 찾아 왔을 때 허를 찔렸다. “순창에 처음 온 순간 느꼈어요. 여긴 파리지옥이다. 여유롭고 평화로워서 나가기 싫더라고요. 왜 타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고민해보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순창에 남기로 했어요.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고 또 순창이 좋았으니까요.”

 

‘금산여관’ 대표와 마음이 맞아 여관방 하나를 개조해 카페 ‘방랑싸롱’을 탄생시켰다. 첫 만남 후 3개월 만이다. “저는 당시 한국에 있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제가 살 곳을 찾아다닌다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제가 꿈꾸는 것을 사람들과 재밌게 할 수 있는 토대를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순창은 백지장 같은 곳이니 뭘 그려도 실패하진 않겠구나’하고 긍정했죠.”

 

△재즈 즐기러 찾는 순창을 만들다

 

‘방랑싸롱’은 범상치 않은 공간과 주인의 생김새에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6명이 들어서면 꽉 차는 작은 카페지만 동네 주민들의 아지트는 물론 순창 대표 관광코스가 됐다.

 

그는 공간은 마련됐으니 지역민과 외부 방문객이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콘텐츠가 있으면 지역과 거리, 인프라에 상관없이 보러온다는 게 그의 지론.

 

재즈 페스티벌 ‘보보(BOn VO yage) 순창’이 첫 결과물이다. 고령화된 시골에선 록이나 레게보다는 재즈가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고 고즈넉한 한옥과도 분위기가 어울린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5월과 10월 두 차례 열었다. ‘탁PD의 여행수다’ 팟캐스트 녹화, 재즈공연, 벼룩시장 등 행사를 꽉 채운 2박 3일 코스로 진행했다. 수도권과 거리가 멀고 주변에 젊은층이 즐길 것이 적다보니 머리를 쓴 전략이다.

 

행사 두 번 동안 티켓이 총 600장 팔렸다. 최소 600명 이상이 순창에서 밥을 먹고 물건을 산 셈이다. 200명 가까이 숙박을 해 읍내 숙소들은 만실이었다. 로이, DK재즈밴드, 순창음악인협회 등 전북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참여했고, 순창 꽃집·카페·시장 아주머니들도 벼룩시장에 초대했다. 건전한 소비는 선순환을 일으켰다. 방문객도, 순창군민도 반가운 재즈였다.

 

△다양한 지역 자원 엮어내는 게 목표

▲ 지난해 ‘보보순창’ 재즈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여행토크쇼 ‘탁PD의 여행수다’ 팟캐스트 녹화 장면. 장재영 방랑싸롱 대표와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의 저자 박민우 씨가 게스트로 나섰다.

재즈페스티벌 ‘보보순창’은 매년 이어간다. 올해는 그가 진로 탐색 멘토로 활동했던 순창 청소년센터 학생들과 지역 음악인들이 단독 공연을 하는 등 순창과의 교류를 확대했다. 올 축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운영이 안정화되면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기획을 넘겨줄 계획이다.

 

“순창에서 뭔가를 성공시켜서 유명세를 얻기보다는 제가 재밌는 걸 하고 싶어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지역 사람들과 다 함께 즐겁고 싶고요. ‘보보순창’ 말고도 제가 해야 할 아이템은 무궁무진해요.”

▲ 지난해 겨울 열었던 재즈콘서트. 재즈페스티벌 외에도 정기적으로 재즈 공연과 문화 행사들을 연다.

그는 SNS를 기반으로 한 지역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근대상이 간직돼 있는 순창을 기록으로 남기거나 마을 어르신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순창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 커피와 다국적 음식을 자랑하는 ‘방랑싸롱’을 거점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노인과 한국 이주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등도 장기적인 목표다.

 

그리고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기본은 청년이 모여야 한다는 것. 지역과 공감대 없는 혼자만의 활동은 발전도 의미도 없다.

 

“ ‘방랑싸롱’에 있으면 저는 순창 청년을 다 보는데, 지역에 젊은 사람이 없대요. 그동안 이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공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난 청년들을 연결해주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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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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