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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7)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1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의 기마술은 능란했다. 말고삐를 입에 문 계백이 전통에서 화살을 2개 뽑아서 한 대는 시위에 걸고 다른 한 대는 새끼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신라군과의 거리가 이제 250보, 앞장 선 기마대장이 보인다. 신라군도 기수가 위로 물러가고 기마대장이 앞장을 섰다. 그 뒤를 기마군 4인, 그 뒤로 5인, 이렇게 한 덩어리가 되어서 달려온다. 그것이 더 위력적으로 보인다. 220보, 그때 계백이 시위를 와락 당겼고 활이 보름달처럼 둥글게 펴졌다. 말굽소리, 말의 콧숨소리, 말장식의 쇳소리, 그러나 기마군사의 소음은 없다. 모두 눈을 부릅뜨고 선두의 계백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190보, 그때 계백이 화살 끝을 놓았고 화살이 날아갔다.

 

“팅!”

 

활시윗줄 튕겨지는 소리, 백제 기마군이 눈을 치켜떴다. 그 순간이다.

 

“와앗!”

 

함성이 터졌다. 앞장 선 신라 장수가 머리를 훌떡 젖히면서 몸이 뒤로 젖혀지더니 말 위에서 떨어진 것이다. 화살이 목에 박혔다. 그때 계백이 다시 한 대의 화살을 시위에 걸고는 당기자마자 쏘았다. 시윗줄 튕기는 소리는 묻혀졌지만 뒤쪽의 투구를 쓴 신라군 장수 하나가 눈을 감싸 쥐고 말 위에서 떨어졌다.

 

“와앗!”

 

또 함성, 그때 계백이 활을 말안장에 걸자마자 허리에 찬 장검을 후려치듯 뽑았고 입에 물었던 고삐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쳐라!”

 

“우왓!”

 

함성. 거리가 40보로 좁혀지면서 신라군의 부릅뜬 눈까지 보인다. 10보, 5보, 그 순간 계백이 앞장 서 달려온 신라 기마군의 말 머리를 칼로 후려쳤다. 말이 몸을 비틀면서 넘어지는 바람에 칼을 내려쳤던 신라군이 헛칼질을 하더니 함께 땅바닥에 뒹굴었다. 길이 뚫렸다. 계백이 다시 창을 내질러온 신라군의 창 자루를 칼로 쳐 자르면서 옆으로 지나갔다. 길이 또 뚫렸다. 말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마지막 앞을 막는 신라군을 향해 계백이 들고 있던 장검을 내던졌다. 장검이 날아가 바로 앞으로 덮쳐온 신라군의 배에 박혔다.

 

“으악!”

 

신라군의 비명을 옆으로 듣고 지나면서 계백은 앞이 뚫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계백이 고삐를 채어 왼쪽으로 내달렸다. 뒤를 백제군이 따른다. 계백이 말안장에 찔러둔 단창을 꺼내 쥐면서 외쳤다.

 

“본대로 돌아간다!”

 

“와앗!”

 

뒤를 따르는 백제군의 함성, 이것은 승리의 함성이다. 옆쪽으로 비스듬히 꺾어져 황야를 달리는 기마군이 저절로 화살촉 대형을 만들었다. 이제는 속보, 계백의 옆으로 맨 후미에 섰던 해준이 다가왔다. 해준은 얼굴에 피가 번져 있었는데 신라군의 피다.

 

“나솔, 아군은 4명이 경상이요, 모두 살았습니다.”

 

해준이 피투성이 얼굴로 웃었다.

 

“제가 대소(大小) 수십 번 접전을 했지만 아군이 한명도 죽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오!”

 

그때 뒤쪽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말굽소리에 섞인 웃음소리, 기마군의 웃음소리는 거칠고 밝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내가 바로 말머리를 틀었지만 삼현성에서 지원군 50기만 내보냈어도 우리는 절반은 잃었을 거야.”

 

해준의 시선을 받은 계백이 말을 이었다.

 

“삼현성주 진궁이 제 딸을 잃은 후로 넋이 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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