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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 이미숙 전주시의원
요 며칠 참 춥다. 추위든 더위든 피하려고 하면 얕보고 더 기세가 등등해진다. 그럴 땐 정면 돌파가 최고다. 추울 땐 추위 속으로 뛰어들어 극기하고 더울 땐 피하지 않고 더위를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 세상은 빛의 축제가 대세다. 별 꺼리가 없는 지자체에서는 단순하고 쉽다는 기치 아래 무분별하게 빛을 이용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달이 숲속 나뭇가지마다 달빛을 내다 걸 듯 많은 등만 내걸면 되니 그럴 만도하다.

 

그런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는 걸까? 우리 전주에도 어김없이 빛의 거리가 조성되었다. 역세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길 조성이라는 핑계로 전주역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을 빛으로 맞이하기 위해 가로수에 불을 켠다는 것이다.

 

가로수에 칭칭 감은 전깃불로 관광객을 맞이한다는 발상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전주 역에서 내린 관광객이 그 불빛에 현혹되어 전주역에서 한옥마을까지 걸어가면서 주변의 상가에 들러 소비를 하기 때문에 경제효과에 보탬이 된다는 게 전주시의 계산이다.

 

과연 그럴까? 관광객의 입장이 되어 아무리 곱씹어봐도 그럴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나가면서 ‘어! 나무에 불을 켜놨네!’하고 지나쳐가는 게 전부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중길에 빛의 거리를 조성하여 얻으려던 역세권 경제 활성화 방안은 그야말로 꽝이다.

 

그뿐만 아니다. 가로수의 입장에서 보면 또 어떨까? 식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자기 자리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다. 그런 와중에 기온마저 예상치 못한 수치로 떨어져 얼어 죽느냐 마느냐하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로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굳은 땅속으로 실뿌리를 뻗으며 물을 길어 올리려고 있는 힘을 다하고 있다. 자력으로 서있기도 힘들어 사생결단을 내려야하는 나무에 전깃줄을 칭칭 감아 불을 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나무를 못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이 창출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수익창출이 먼저라는 입장에서 고려해 볼만하다. 하지만 가로수 빛의 거리가 전주시에서 생각하는 만큼의 역세권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마중길에 빛의 거리를 조성하는데 드는 조명 비용만 3억이 들어갔다. 단순한 조성비용 3억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거리를 아름답게 조성하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에 흉물스럽게 전깃줄을 칭칭 감아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겨울에 설치했다가 봄에는 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유지 비용도 요구된다. 나무도 밤에 잠을 자야 되고 아직도 이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어 나무가 죽을까봐 염려 된다 그뿐만 아니다. 밤에 몇 시간 불을 켜기 위해 하루 종일 가로수의 본분을 상실한 채 몸에 전깃줄을 칭칭 감은 흉물스런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한다.

 

이런 여건을 살펴볼 때 여러모로 마중길 빛의 거리 조성은 무리수가 따른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가로수는 가로수로서 제 역할을 다 할 때 아름다운 것이다. 빛의 거리 조성은 자연의 본 모습을 손상시키고 괜한 예산 낭비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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