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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논란' 고은 시인 고향 군산 가보니 - 주민 텃밭 작업…생가 복원 어려워질 듯

군산시 “파문 계속 돼 사업 진행여부 조율 중”
“작품성·도덕성 별개 시각 용납 못해” 지적도

▲ 1일 군산시 미룡동 고은 시인 모친 생가 마당에서 주민들이 채소를 키우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있다. 조현욱 수습기자

고은 시인의 문학적 뿌리는 고향 군산이다. 시인의 생가와 100m 떨어진 언덕에 모친 가옥이 이웃해 있다. 군산시는 기념사업을 위해 모친 생가를 매입했지만, 사유지인 시인의 생가 터는 매입이 안 되면서 ‘고은 생가 터 복원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여기에 성추문 논란까지 휩싸이면서 기념사업은 더 요원하게 됐다.

1일 오후 군산시 미룡동 고은 모친 생가. 시인의 어머니가 살던 집에 주민 3명이 모여 작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채소 재배용 비닐하우스를 지으려 대나무로 뼈대를 세우던 작업이 한창이다. 한 주민은 “생가 복원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집 주변을 정리해 고추와 상추를 키우려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돼 마을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했다”며 “성추문 논란으로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생가 곳곳에 시인의 흔적이 보였다. ‘20대 시인’, ‘현대비평과 이론’, ‘특권과 이권’ 등 시(詩) 관련 서적을 비롯해 중학교 ‘서예’ 교과서도 있었다. 집 한쪽 벽에 걸린 달력은 1996년 3월에서 멈춰 있었다. 1997년 신문이 보였는데, 당시까지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쓰러질 듯 위태로운 생가는 현대식 지붕이 올라왔고, 철골이 지지하는 등 최소한의 복구가 이뤄진 듯 했다. 녹슨 자물쇠가 걸려 있고, 대나무와 잡초가 우거져 폐허가 됐다.

시는 이곳을 지난 2015년 2억 원을 들여 매입했다. 고은 시인이 살던 집은 100여 m 떨어진 곳으로, 지금은 다른 사람이 새로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건물주는 “생가터 복원을 위해 군산시와 논의를 많이 했지만, 가격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성 추문으로 사업 진행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생가에는 ‘고은 시인 생가 터’라는 팻말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때 못 본 그 꽃’이라는 시 구절이 적혀 있었다.

고은 시인 생가.
▲고은 시인 생가. 조현욱 수습기자

최근 군산시는 고은 기념 사업을 놓고 난처한 상황이다. 군산지역 고은시인과 관련된 사업은 고은시인 생가터 복원, 고은 문학관 건립, 고은문화축제 등이고, 건축물로는 시간여행마을 내에 조성된 고은시인 아트월 등이 있다. 고은문학제는 고은문학제사업추진단에게 예산을 지원해 2015년(1억 원), 2016년(6000만 원) 진행됐지만 2017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추진단 내부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은 사태가 터진 이후에는 아예 중단키로 가닥이 잡혔다. 예산 집행의 어려움이 있던 고은문학관 건립도 무산됐다.

군산시 관계자는 “고은 시인은 군산을 대표하는 문학인이기 때문에 다양한 부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파문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부서별로 사업 진행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면서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지역성을 가진 문인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시가 고은 시인을 기려 만든 ‘만인의 방’ 철거에 나서는 등 흔적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고향인 군산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군산에서 활동하는 한 중견 문인은 “과거엔 작품성과 도덕성이 별개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예술은 자아를 투영해 만드는 창작물인 만큼 고은 시인의 문학성을 높게 봐줘야 한다는 시각은 용납할 수 없다”며, “동시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과 조형물은 마땅히 내려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보현·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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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미투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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