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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46) 3장 백제의 혼(魂) ⑤

글이 원 호그림권 휘 원

“누구냐?”

어둠속에서 외침이 울렸다. 밤, 축시(2시)경, 기마군은 삼현성에서 동쪽으로 1백리 정도 나아간 상태다. 이곳은 정안성에서 20리쯤 떨어진 강가, 흐린 날씨여서 별빛도 없는 천지는 먹물속 같다. 그때 선두에서 기마군을 안내하던 전택이 소리쳐 대답했다.

“나는 삼현성 보군대장 급벌찬 전택이다! 너는 누구냐!”

“저는 정안성 유천 검문소 군사올시다!”

앞쪽에서 사내가 외쳤다.

“이 밤중에 어디로 가는 군사입니까?”

“세곡을 싣고 대야성으로 간다! 군주의 지시로 밤을 세워 가는 중이야!”

그러는 사이에 기마군은 검문소로 더 접근했다. 어둠속이었지만 검문소가 드러났다. 앞장선 전택은 이제 검문소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검문소 윤곽이 드러났다. 통나무로 지은 2채의 막사, 이미 검문소 안에서 군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10여인이다. 그때 군사들을 헤치고 무장 하나가 나섰다.

“나는 검문소장 대사 유만성이오! 삼현성 급벌찬이라면 증표를 보이시오!”

“여기있네.”

전택이 마상에서 나무를 깎아만든 증패를 내밀었다. 이제 검문소 군사들이 횃불을 켜서 주위가 환해졌다. 기마군 3백기가 검문소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되어서 군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신라군 차림이라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때 증표를 본 검문소장이 전택에게 돌려주면서 다시 물었다.

“삼현성에 내 의형제가 있소. 수문장으로 있는 사지 안태상이를 아시오?”

“누구?”

“사지 벼슬의 안태상이오.”

그때 계백이 군사들을 헤치고 앞쪽으로 나와 둘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기마군은 검문소를 사방으로 둘러쌓아서 물샐틈이 없다. 3백 기마군이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는 터라 둘의 문답이 뒷쪽에까지 들린다. 그때 전택이 물었다.

“대사, 그대도 가야인인가?”

“그렇습니다.”

올려다보는 대사 직급의 검문소장의 눈이 번들거렸다. 30대쯤의 건장한 체격이다. 시선을 받은 전택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를 믿지 못하고 있군.”

“무슨 말씀이오?”

“나도 가야인이야.”

“그렇습니까?”

“사지 벼슬의 안태상이란 수문장은 작년에 병으로 죽었네. 의형제가 그것도 모르고 있었나?”

“아.”

수문장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잠깐 잊고 있었소.”

그순간이다. 전택이 허리에 찬 칼을 후려치듯이 뽑으면서 수문장의 목을 쳤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수문장이 목에서 피를 품으며 쓰러지기도 전에 기마군이 덮쳤다.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명령을 하지도 않았다. 비명과 외침, 신음은 잠깐동안 이어지다가 뚝 그쳤다. 마상에서 공격한 기마군은 함성 한번 지르지 않고 검문소 군사들을 도륙한 것이다. 말에서 뛰어내린 기마군사 10여명이 막사 안까지 뛰어들어가더니 신음이 울렸다. 그때 피가 묻은 칼을 칼집에 넣으면서 전택이 계백을 보았다.

“장군, 제가 동족을 쳤습니다.”

“살려둘 수가 없었어.”

계백이 위로하듯 말하더니 말고삐를 당겼다.

“검문소가 당한 것을 알면 전령이 김품석에게 보고를 할 거다. 이제는 낮에도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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