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나아가 전국에서 벌어지는 ‘미투(Me too, 나도 말한다) 운동’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피해자들은 억압된 아픔을 공유하며 치유받고 저마다 희망을 품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방어기제로 여성을 피하거나 심지어 무서운 대상으로 보는 새로운 차별도 생기고 있다. 더 많은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투 운동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미투가 바꾼 일상의 변화는 적지 않다.
△연극배우 미투, 대학가로 이어져
“많은 분의 ‘With you’는 제게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연극배우 송원 씨(31)가 8일 페이스북에 밝힌 심경이다. 지난달 26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극단 대표의 성추행을 폭로한 지 열흘 만이다.
송 씨는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본다”며 “감기가 낫는 대로 일상으로 복귀하려 한다”고 말했다.
송 씨의 미투 이후, 전북지역에서도 미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대학가의 기세가 두드러진다.
전북대 강사 시절 복수의 학생을 성추행 한 인권활동가 J씨,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일삼게 한 전주대 교수 A씨 등이 대표적이다. 전북대 대나무숲에는 “저도 역시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등의 미투가 활발하다.
△“여직원과 식사만, 술은 다음에”
성폭력 피해자들의 잇딴 폭로 속에 그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던 성차별과 그릇된 성인식이 바뀌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는 하다.
일부에서는 아예 여성을 사회관계에서 배제하는 등 ‘펜스 룰(Pence rule)’같은 왜곡된 행동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데서 비롯된 이 룰은 여성과의 대화나 회식도 하지 않는 인간관계를 일컫는 말로, 미투 운동에 대한 잘못된 변화과정의 하나로 지적된다.
도내 모 자치단체의 한 부서는 최근 아예 여성 공무원들이 함께 하는 술자리 회식을 하지 않는다.
한 간부 공무원은 “간단히 식사만 하고 헤어진 뒤 남성 직원들만 따로 술자리를 하고 여성 직원들도 별도로 자리를 갖는다”며 “어느새 그런 회식 문화가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공무원 B씨는 “부서 회의에서도 여성이 있을 때는 농담 같은 것은 아예 하지 않는다. 좀 분위기가 서먹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행여나 미투 대상이 될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주 시내 중화산동 노래방 업주 C씨는 “회사 직원들끼리 남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런 손님층을 찾아볼 수 없다”며 “미투 운동 이전에 비해 매출이 20~30% 정도 줄었다”고 울상지었다.
△셀럽 중심 미투, 일반인은 한계
미투 운동이 셀럽(유명인) 중심에 그치고 규모가 작은 조직이나 개인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도 지적된다.
전북여성노동자회 김익자 사무국장은 “미투의 가해자는 고은, 이윤택, 안희정 등 대부분 셀럽 위주이고, 지역에서도 교수, 문화예술인, 인권운동가에 한정되고 있다”면서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도 심각한데, 일반인 가해자를 폭로하기는 아직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상사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피해자가 이를 폭로하면 다른 부서로 옮기는 등의 불이익을 여전히 받고 있다”며 “미투가 사회적 큰 논란이 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과연 근절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김경주 전주비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누적된 한국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미투 운동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이는 피해자들이 생업에 관계가 되면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갑을관계가 팽배하지 않은 곳이 없다”며 “여성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성 인식의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만, 정부의 성인지 정책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세종·남승현 기자>백세종·남승현>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