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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범행 동기와 행적] 가발 벗겨 홧김에?…돈 문제 가능성

피해자 명의로 거액 대출받아…빚못갚아 3년전부터 월급 차압
시신 소각돼 훼손 여부 미궁…동료 직원들 “끔찍·충격 사건”

▲ 인천시 부평구로 도주하는 피의자 모습이 찍힌 CCTV. 사진제공=전북지방경찰청

지난해 4월 일어난 전주시 환경미화원 살인사건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범인의 주장과 달리 계획 범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피의자 이모 씨(50)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범인은 왜 집으로 유인했나

이 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4시 일을 마친 뒤 전주시 효자동 자신의 원룸 앞에서 피해자 A씨를 만났다. 이씨는 A씨와 중국집에서 술을 먹다가 2차로 차(茶)를 마시자며 자신의 원룸으로 끌어 들였다. 차를 마시던중 A씨가 자신의 가발을 잡아당기며 욕설을 했고, 이에 격분해 그를 목졸라 살해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진술과 달리, ‘돈’으로 인한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이 씨는 A씨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8750여만 원을 대출받았지만 빚을 갚지 못해 지난 2015년 12월부터 월급이 차압됐다. 매달 50만 원이 A씨에게 빠져나갔는데, 이 기간 이 씨의 월급을 압류한 채권자는 총 8명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에도 이 씨는 숨진 A씨의 돈을 노렸다. A씨 신분증을 이용해 650만 원 가량을 대출받았고, A씨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총 1억4500만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와 A씨는 지난 2001년 4월 나란히 전주시 환경미화원(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고, 2003년부터 함께 일을 하는 등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쪽같은 1년, 현장엔 혈흔

이 씨는 범행을 저지르고도 1년간 주변을 감쪽같이 속였다. 그는 사건 이튿날 사무실에 전화해 숨진 A씨의 병가를 대신 신청했다. 지난해 5월 31일에는 A씨의 도장까지 만들어 가짜 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지난 4월 10일부터 입원했고, 허리 디스크 수술로 2018년 5월 26일까지 휴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병원의 직인이 있었는데, 팩스를 보낸 곳은 광주광역시였다.

이 씨는 숨진 A씨인 척 살았다. A씨의 휴대전화로 딸에게 안부 문자와 용돈을 보냈고, 숨진 A씨인 것처럼 전화를 받기도 했는데, 지난해 12월 말 A씨 가족의 가출 신고가 늦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올해 3월 들어서야 A씨 딸이 아버지 명의의 채무독촉장과 카드 사용내역이 담긴 편지를 발견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폐쇄회로(CC)TV로 이 씨의 행각이 드러났지만, 사체 훼손 여부는 미궁에 빠졌다. 사건이 1년이나 지난데다, 사체가 소각돼 단서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일단 사체 훼손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의 주장처럼 ‘50리터 검정봉투 15장으로 사체를 여러 겹 씌웠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훼손 가능성이 적다고 하기에는 의심 가는 점도 있다. 이 씨는 살해와 유기까지 총 35시간 40분이 걸렸으며, 이 씨 차량에서 A씨 혈흔이 묻은 가방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살해 전 주먹으로 A씨의 코를 때렸고, 피가 나 흐른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순한 얼굴, 거짓의 탈 썼나

19일 오전, 이 씨 원룸을 찾아보니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사과 썩는 냄새가 창밖으로 흘러나왔다. 주차장에는 범행에 쓰인 이 씨 차량이 보였다.

인근 상인은 “가끔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사러 온다”며 “얼굴이 동그랗고 인상이 험상궂지 않았는데, 너무 놀랍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했던 시청 직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한 시청 직원은 “환경미화원도 공무원인데, 공직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충격적”이라며 “정말 무서운 세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만약 가족이 알리지 않았다면 사체가 소각돼 사건이 완전히 묻힐 수도 있었다”며 “정말 끔찍한 사건”이라고 몸을 떨었다.

지난 7일까지 평소처럼 출근한 이 씨는 19일 현재 전주 덕진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으며 20일 밤 영장 심사 결과에 따라 구속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A씨 유족은 본보 인터뷰에서 “가족들 모두가 당황했다. 일부는 쓰러져 말하기도 곤란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주 완산경찰서 김대환 형사과장은 “이 씨가 7일부터 10일 동안 전주, 군산, 서울, 인천 등으로 도주극을 벌였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백세종·남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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