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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86. 이녁] 상대를 조금 낮추어 이르는 말

‘이녁’은 우리가 잘 모르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준어이다. 1936년 <조선어 표준말 모음> 에서 ‘이녁’을 표준어로 규정한 이래로 현재도 이를 따르고 있다. ‘이녁’을 명사 ‘자기’로 풀이하면서 ‘이편’은 비표준어라고 하였고, 당신의 비칭(卑稱)이라 하였다. ‘녘’은 ‘편’이나 ‘쪽’과 같은 의미다. ‘남편’도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 사람이란 뜻인데 지금은 호격 접미사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녁’이 과연 표준어의 조건을 두루 갖추었을까? 남부 지방에서는 ‘이녁’을 자주 사용하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박경리, 문순태, 한무숙, 현진건 등의 소설가가 ‘이녁’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에는 전라도 출신이 많다. 따라서 ‘이녁’은 주로 남부 지방에서 사용되는 방언임이 확실하다.

 

‘이녁’은 두 가지 용법으로 쓰인다. 하나는 재귀대명사 ‘저, 자기’의 용법이고, 다른 하나는 2인칭 대명사의 용법으로서 평대하는 상대 즉 ‘너’라고 할 수 없고 ‘당신’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대를 지칭할 때에 사용된다.

 

최근 국어사전에서는 ‘이녁’을 상대를 조금 낮추어 이르는 말, 자기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 하였다. 이에 따르면 ‘이녁’이 2인칭 대명사이면서 동시에 1인칭 대명사로도 쓰인다는 모순에 빠진다. 또한 두 뜻풀이에서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 것도 빗나간 것이다.

 

‘이녁’은 표준어의 ‘자네’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당신’에 해당하기도 하므로 ‘낮추어 이르는’ 말이 아니다. 친구 사이나 평대하는 상대에게 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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