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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낙마 사태'에서 얻는 교훈

구태와 관행 규제·처벌할
엄정한 벌률적 잣대 도입
적폐 행태 되풀이 막아야

▲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

피감기관 지원 외유의혹과 국회의원 시절 임기 말 정치자금 셀프 후원 등으로 퇴진요구를 받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밤 전격 사퇴했다. 중앙선관위가 김 원장의 셀프후원 의혹이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직후다.

이번 사태는 장관급 고위공무원이 임명될 때마다 야당과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의혹 공세로 낙마하거나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직위를 고수하던 과거 행태와 유사한 듯 하지만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먼저 과거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이 발탁될 경우엔 야당의 공세가 일정 수위를 넘지 않던 ‘관례’가 무색했다는 점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전·현직 의원, 특히 현직의원이 장관직에 임명되면 트집을 잡더라도 임명철회에 이를 정도로 그악스럽게 공격해대진 않았다.

여야간에 일종의 암묵적인 ‘동료의식’이 발휘되곤 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가운데 낙마한 경우는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등 7명인데 이들이 모두 의원출신이 아니었던데 비해 이낙연 총리 등 전·현직 의원 출신 9명은 모두 탈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임명동의 투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하는 총리의 경우를 보면 두드러져 보이는데 2000년 이후 국무총리에 지명된 후보 18명 중 12명이 통과했고 6명이 낙마했다. 통과한 12명 중 이한동 전 총리 등 6명은 ‘선출직 공무원’ 출신이고 나머지 6명은 비(非)선출직 공무원이다. 장상 후보 등 낙마한 6명 중 선출직 공무원은 김태호 전 의원 하나였을 뿐이다.

김기식 원장의 경우 비록 전직 의원이지만 진보적 성격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이란 점이 ‘동료의식’이 작동하지 못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여야간의 공방과정에서 여의도 정치권의 의도와는 달리 선출직 공무원 사회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에 드러난 피감기관 지원 외유와 임기말의 정치후원금 땡처리라는 적폐는 의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유권자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종의 ‘업계비밀’이 여야간의 이전투구 덕분(?)에 백일하에 까발려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국회의원들의 오랜 관행가운데 아직도 적폐 요소가 산적해있으며 이 같은 적폐는 그들의 셀프개혁에 맡겨서는 부지하세월일 것이라는 점이다. 매번 총선 때마다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의원특권 내려놓기 공약을 내세우곤 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도 △무노동 무임금 도입 △불체포 특권 포기 △4촌이내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금지 △출판기념회 금품모금 금지 △해외출장시 재외공관 지원 최소화 등을 내놓았었다. 20대 총선이 끝나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도해 ‘의원특권 내려놓기 특위’를 구성하기도 했으나 역시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 태풍을 방불하게 하는 여야 간의 날선 공방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난 국회의원들의 적폐행태는 결코 다시 되풀이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구태와 관행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엄정한 법률적 잣대가 도입돼야만 한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오는 태풍은 한반도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지만 그에 못지않은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한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태풍은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등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닷물을 상하로 순환시켜 수질오염 약화와 적조 예방 등에 큰 효과가 있다고한다. 이번 김기식 낙마사태가 한바탕 스쳐지나가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정치권을 정화시키는 ‘순기능적 태풍’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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