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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제34회 전북연극제 - 철저하게 '과정' 중심의 예술 사람의 성장도 '연극'의 하나

‘이제 드디어 얼마 안 남았네!’

배우들 입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 비슷한 탄성의 소리. 정말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은 추웠던 2월부터 시작했던 연습, 2월의 강추위에 극장 물이 얼어버려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커피숍에 모여 연습을 시작해야 했던 일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벚꽃이 만연하게 피어나는 4월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공연 날짜 또한 어느새 다가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극’하면 공연을 떠올리게 되고 공연은 결과물이기 때문에 ‘연극’을 결과중심의 예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연극’은 너무도 철저하게 ‘과정중심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한 채의 집을 지을 때 맨 땅 위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초가 되는 ‘터 파기’부터 시작해야 하듯이 연극은 매번 공연하게 되는 작품마다 항상 ‘터 파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대한민국 연극제에 나갈 도 대표 작품을 정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번 제34회 전북연극제는 극단 까치동 ‘흐르는 물과 같이’,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두 편의 창작초연 작품과 극단 둥지 ‘기억을 담그다’, 총 3편의 작품이 경연대회를 치렀다.

극단 까치동 ‘흐르는 물과 같이’

조선후기 명필 창암의 예술세계

▲ 백호영 씨(창암 이삼만 역)
▲ 백호영 씨(창암 이삼만 역)

“유수체 만든 성격에 집중 천진난만함·외로움 조화”

극단 까치동의 ‘흐르는 물과 같이’는 조선 후기 3대 명필인 창암 이삼만 선생의 필체인 ‘유수체’가 만들어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정경선 연출가는 “그 시절 전업 예술가로 치열하게 살았던 창암 이삼만 선생과 그 옆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오로지 예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왔던 부인, 그리고 예도의 동반자였던 판소리명창 심녀와의 예술적 교류를 통해 진정한 예인으로서의 삶과 예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할머니의 레시피’

시골할머니·서울 손녀의 생활기

▲ 엄미리 씨(김춘생 할매 역)
▲ 엄미리 씨(김춘생 할매 역)

“습관처럼 대본 들고다녀 경상도할머니 역할 연습”

두 번째 작품인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의 ‘할머니의 레시피’는 시골 할머니와 서울 손녀와의 시골 생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손맛 좋은 할머니의 음식솜씨로 할머니와 손녀가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자하고 자상한 모습의 할머니가 아니라 뭔가 다른 할머니의 모습 속에서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더욱더 깊은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극단 둥지 ‘기억을 담그다’

조선간장의 기억, 순박의 참 의미

▲ 김강옥 씨(노모 역)
▲ 김강옥 씨(노모 역)

“어릴 적 외할머니 떠올라 온화함·따뜻함 담아 표현”

세 번째 작품인 극단 둥지의 ‘기억을 담그다’는 조선간장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되는 작품이다. 문광수 연출가는 “순박이라는 단어가 어리숙함으로 순수의 의미가 어리석음으로 퇴색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순박, 순수, 그리고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알고 그 기억 속에 삶의 향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각 극단 마다 준비된 개성 있는 작품은 작가가 글을 쓰는 작업부터 공연이 끝나고 객석이 비워지는 순간까지 과정과 과정의 다양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이번 연극제에 참여한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위해서 어떤 과정을 준비하고 연습했을까.

‘흐르는 물과 같이’에서 창암 이삼만 역할을 맡은 백호영 (극단 까치동)씨는 “창암 이삼만은 조선 후기 서예가로서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후기 3대 명필 중 한 분이다. 역사적인 인물인 창암에 대한 기록들이 그리 많지 않아 기본 자료를 바탕으로 마인드맵을 활용한 인물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독창적인 유수체를 만든 창암의 성격적 표현을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창암 이삼만’선생님의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그 내면에 있는 예술가로서의 외로움과 연민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처음 대본을 받을 때는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떨림이 있어요. 하지만 이내 연습에 들어가게 되면 온갖 걱정거리가 떨림을 앞지르게 돼죠. 특히 이해력이나 순발력이 떨어지는 내게 있어서 대사 암기는 큰 숙제와 같았어요. 그래서 습관처럼 대본을 들고 다니고 습관처럼 연출의 요구나 지시 사항, 배우들의 의견을 적었어요. 이런 습관은 나만의 대사 외우기 필살기를 만들어 냈고 대본에 소품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 연상법을 활용해 대사를 암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의 엄미리 씨의 말이다.

엄 씨는 할머니의 레시피’에서 김춘생 할매 역. 그는 “할머니의 역할을 잘 만들어 내기 위해 지나가는 할머니들의 모양새를 지켜보기도 했고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경상도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는 방송을 찾아 시청하면서 따라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단 둥지의 김강옥 씨는 “어렸을 적 부모님이 바쁘셔서 외할머니댁에서 외할머니랑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이번 ‘기억을 담그다’ 노모역이 어렸을 적 외할머니와 많이 비슷했다. 늘 부지런하시고 자식들 일에는 헌신적이시며 어떤 속상한 일에도 큰소리 한번 안내시던 외할머니가 많이 생각나기도 하고 외할머니의 온화함과 따뜻함을 기본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 한유경 연극연출가
▲ 한유경 연극연출가

‘인생은 연극이고 연극은 인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건 분명 연극이 가진 특징 중 하나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예술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성장과정을 벗어나서 연극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인간의 성장이 태내기-영아기-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에 이르러 마무리 된다면 과정 안에 녹아 있는 연극 또한 이런 다양한 과정을 통해서 이해되고 마무리 되어질 것이다.

이번 연극제를 이런 과정으로 바라보고 싶다. 희생-사랑-기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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