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이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전북지역에 사는 두 할머니가 가족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사연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도내 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 모금에 나섰다.
△남편 잃고 아들 연락 끊긴 80대 할머니
지난 1월, 정읍시 수성동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 할머니(85)는 흡사 쓰레기 더미 같은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주민센터 제보로 이 집을 찾은 사회복지사는 악취에 코를 막았다. 발견 당시 김 할머니는 기력이 약해 보였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식사를 거의 못 했는데,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 일주일을 버텼다. 설상가상 치매 증상까지 겹쳐 집 안은 버리지 않은 쓰레기로 가득 찼다.
주변에 관심을 가져주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었다면 조금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0년 전 지병으로 남편을 여의고, 함께 살던 아들마저도 집을 나간 뒤 김 할머니는 5년간 혼자 살았다.
남편이 남긴 재산은 아들에게 상속됐지만, 매일같이 술로 지새우는 아들은 그 돈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은 가족이 함께 살던 주택도 처분했다. 주민센터는 이 할머니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하고, 주공아파트 임대를 도와줬다. 애타게 가족을 기다려도 오는 사람이 없는 김 할머니는 현재 정읍의 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20년 동안 남편에게 학대 당한 70대 할머니
군산시 나운동 한 주택에 사는 이모 할머니(78)도 절망 속에 살고 있다. 지난 1월 이 할머니는 이웃 주민과 대화를 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 남편은 의처증 증상이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폭행도 모자라 이 할머니를 일주일 동안 방에 감금하기도 했다. 무려 20년간 남편의 폭행에 시달려온 일상이었다. 남편은 술을 먹으면 이 할머니에게 더 난폭했다. 혹여 자식이 걱정할까, 말 못 하고 긴 세월을 참아온 것이었다. 두 남매를 키우느라 굽을 대로 굽은 허리. 남편의 지속된 학대로 몸에 멍이 들어 외출도 힘들었다.
추운 방에서 추위를 견디고 버텼지만, 한계가 왔다. 맞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지난 1월 이 할머니는 집을 뛰쳐나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했다. 20년 만의 극적인 탈출이었다. 기관은 할머니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인터넷 모금 나서
노인학대의 예방 및 방지를 위해 지방지차단체가 설립한 전북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들 할머니를 돕기 위한 모금에 나섰다. 크라우드펀딩(소셜미디어를 통한 온라인 모금 활동)으로 모인 금액은 학대 피해 노인에게 전달한다.
지난 20일부터 다음 ‘같이가치’에서 진행되는 모금은 직접기부와 댓글기부 등 현재까지 총 478명이 동참했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길” “응원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등 131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전북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오탁근 교육행정팀장은 “김 할머니와 이 할머니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겐 가족이 있었지만, 연결 고리가 없었다”면서 “가족과 이어진 끈이 있느냐 없느냐가 운명을 가른다. 가족과 이어진 끈이 없는 이들에게 고립감 해소 및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편, 도내 노인학대 사례는 지난 2015년 316명, 2016년 337명, 2017년 368명 등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 방임,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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